[프로야구/역대 골든글러브]한대화 6연속 영예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43분


“유격수 부문 수상자는 김재전 선수입니다.”

여배우의 한마디에 시상식장은 순식간에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86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서의 ‘김재전 사건’.

당시 시상자로 나온 모 여배우는 발표용지에 한문으로 씌어진 MBC 김재박(金在博)의 이름을 ‘김재전’으로 착각하고 엉뚱한 이름을 호명,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들의 얼굴을 사색으로 만들었다. 이후로 KBO가 골든글러브 수상자의 이름을 꼭 한글로 적었음은 물론이었다.

골든글러브는 페넌트레이스 MVP 다음으로 선수들이 받고 싶어하는 상. 역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사연도 많고 화제도 많았다.

가장 순도 높은 ‘황금장갑’을 받았던 선수는 91년 이정훈(빙그레·현 한화코치). 그 해 롯데 장효조를 불과 1리 차로 제치고 타격왕(타율 0.348)에 오른 이정훈은 투표인단 126명 가운데 단 한 명을 제외한 125명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18년간 만장일치 수상자가 한번도 없었던 골든글러브에서 이정훈의 득표율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득표율이 아닌 득표수로 따지면 98년 양준혁(LG)이 최다. 당시 삼성에서 뛰며 지명타자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던 양준혁은 237표를 얻었다. 하지만 골든글러브 최다득표의 영예도 잠깐. 양준혁은 곧바로 해태로 트레이드돼 야구를 관두느니 마느니 하며 ‘양준혁 파동’을 일으켰다.

골든글러브 하면 생각나는 선수는 누가 뭐래도 한대화(현 동국대감독)다. 큰 경기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으로 ‘해결사’로 불렸던 그는 86년부터 91년까지 6년 연속 ‘황금장갑’을 받았다. 통산으로도 8차례나 이 상을 받아 연속수상과 개인최다, 두 부문에서 기록을 갖고 있다.

신인으로 골든글러브까지 품에 안은 선수는 박종훈(83년) 김동수(90년) 염종석(92년) 박재홍(96년) 이병규(97년) 등 5명이고 정규시즌 MVP가 골든글러브를 놓친 경우는 82년 박철순(OB)과 98년 외국인 선수 우즈(두산) 등 두 차례뿐이다.

91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해태는 그 해 선동렬 등 무려 6명이 골든글러브를 ‘싹쓸이’해 최다수상자를 배출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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