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동아쇼크',살얼음판 금고업계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30분


금고업계는 동아금고의 영업정지신청 이후 뱅크런의 위기에 몰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긴급 지원책이 발표된 10일 서울 명동 A금고의 L기획부장은 “우량금고로 알려진 동아금고의 영업정지로 업계 전체가 큰 쇼크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금고연합회도 9일 각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불법대출 금고가 1, 2개 더 있다는 정부관료의 발언이 거래자의 불안심리를 악화시켜 대규모 예금인출사태가 일어났다”며 “영업정지를 스스로 신청하는 등 업계가 공멸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실제 10월말 동방금고의 불법대출 이후 10개 금고가 영업정지됐으며 게다가 정부는 연말까지 36개의 부실금고를 정리할 예정이다.

▽예금인출 사태 확산〓내년부터 예금부분보장제도가 시행되는 데다 동방 열린금고의 잇따른 불법대출이 예금인출에 불을 댕겼다. 특히 예금보호 대상이 아닌 5000만원 이상 고객이 시중은행은 33%에 불과하지만 금고는 47.2%나 된다.

금고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각 금고가 예금인출에 대비해 확보했던 자금이 잇따른 예금인출로 점차 줄고 있다”며 “고객들이 우량, 부실 금고의 구분 없이 무조건 예금을 빼고 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예금인출사태에 견디지 못한 금고들이 예금이 전액 보장되는 올해 안에 영업정지시켜 달라는 ‘민원’까지 하는 상황.

시중금고의 한 관계자는 “금고업계 총 수신고가 20조원이 넘는 것을 감안할 때 5%에 불과한 1조원으로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건실한 금고마저 예금인출 사태에 휘말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고업계와 거래하는 영세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서울 B금고의 관계자는 “대부분 금고가 예금인출에 대비하기 위해 대출금회수에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동아금고 왜 영업정지됐나〓거래소 상장기업인 동아금고는 자산 9196억원, 예금 7804억원, 대출 6843으로 계열인 오렌지금고를 포함하면 국내 최대 규모의 금고다.

올 6월말 결산 때 상장금고 가운데 최대 규모인 9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3년 연속 15%의 현금배당을 했다. 금융감독원 금고담당 김영범 팀장은 “동아금고는 고객 입맛에 맞는 발빠른 상품개발로 업계 선두를 달려왔었다”고 평가했다.

동아금고의 영업정지는 99년 이후 불어닥친 ‘코스닥 광풍(狂風)’에 따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전략을 짜면서 비롯됐다. 동아금고 6개 지점이 모두 서울 테헤란로의 서울벤처밸리와 분당에 집중돼 있다. 벤처기업을 상대로 ‘벤처오케이통장’을 선보이며 벤처영업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가 10일 “동아금고가 코스닥 주식투자와 미등록 기업에 투자해 큰 손실을 봤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코스닥 시장붕괴는 치명적이었다. 동아금고는 올 7∼9월 5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더군다나 정현준(鄭炫埈)씨의 동방금고, 진승현(陳承鉉)씨의 열린금고 사건은 치명타였다. 금고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감이 퍼지면서 11월 한달 동안 동아금고가 807억원, 오렌지금고는 743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김중회(金重會)국장은 검사착수를 하루 앞둔 10일 “주식투자에 실패한 금고 대주주가 금고 돈을 손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제4의 대주주불법대출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동아금고의 지분 52%를 갖고 있는 김동원씨는 주식투자에 적극적이어서 전담직원까지 두고 수백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동아금고 김동렬 사장의 형이다.

▼동방금고 사건 이후 영업정지된 금고▼

금고여신잔액영업정지일
서울 동방1,71510.23
인천 대신44910.23
인천 정우1,21710.26
인천 대한74011.4
전남 동방1,66811.11
충남 장항29411.16
서울 열린1,12511.25
대구 대구70811.28
서울 동아6,84312.9

<김승련·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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