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엄마의 와우! 유럽체험]스위스의 노른자, 골든 패스

  • 입력 2000년 12월 4일 15시 45분


유럽여행의 빡빡한 여정을 감안할 때 물가가 높은 스위스에 할애하는 시간은 짧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호텔비도 절약할 겸 하루에 스위스의 하이라이트만 뽑아서 즐기고 싶으시다면 골든 패스를 달려 보세요.

골든 패스는 몽트뢰(Montreux)에서 인터라켄(Interlaken), 루체른(Luzern)으로 이어지는 기차 노선. 레만 호수를 시작으로 해서 튠 호수와 브리엔즈 호수, 피어발트 슈테터 호수 등의 창밖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황금 코스입니다. 무작정 기차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면 밋밋하겠죠. 골든 패스가 통과하는 도시 가운데 두세곳을 취향대로 선택, 알짜배기만 훑어보세요.

나우네는 골든 패스의 도시 가운데 몽트뢰, 인터라켄, 루체른에서 짧게 머물고, 몽트뢰-츠바이지멘 구간은 전망기차인 파노라믹 익스프레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이 여정은 나우엄마의 여행컨설턴트인 철도청 할아버지의 제안이었는데 만족도 100%였지요.

우선 레만 호반의 도시 몽트뢰. 해마다 재즈페스티벌의 열기에 취하는 재즈도시입니다. 1870년에 이미 34개의 디럭스 호텔을 가지고 있었던 꽤 유서 깊은 휴양도시인 셈입니다. 하루 코스로 이곳에 왔으니 휴양은 안될 말이고, 부지런히 시용성 정복에 나서는 것이 좋겠죠?

바이런뿐 아니라, 루소, 빅톨위고, 알렉산더 뒤마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중세의 시용성. 나우네는 시간 관계상 분위기 빵점인 버스를 탔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배편입니다. 호숫가 바위 위에 세워진 시용성의 음산한 자태를 가장 리얼하게 느낄 수 있거든요.

사보아백작의 저택이었던 이곳은 한해 30만 명의 인파가 북적대는 관광포인트. 하지만 미로와 같이 복잡한 싸늘한 돌계단을 따라 걸으며 중세로 돌아가면 갑자기 지하 감옥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한 공포에 빠지곤 합니다.

지하감옥에서 호수로 탈출할 수 있도록 된 비상계단, 시인 바이런이 보니바르 감옥의 기둥에 남긴 낙서, 중세귀족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보존한 궁정과 지하감옥을 벗어나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오르면,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과 은빛 호수가 잔인하리만큼 눈부시지요. 바위의 성에 갇힌 파수병이 되어 레만 호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다리 아프다, 업어달라 칭얼대는 나우의 투정이 오히려 행복하게 느껴지더군요.

시용성의 정원에서 목을 축이고, 몽트뢰 호반에서 샌드위치 오물오물. 호반에서 짧은 산책을 즐긴 다음, 부지런히 기차역으로 향합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전망 좋은 기차는 크리스탈 파노라믹 익스프레스. 예약담당 직원에게 제일 앞자리를 달라고 조른 보람이 있군요. 넓고 쾌적한 좌석. 천장까지 유리창. 파노라마로 맘껏 알프스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100년 역사의 전망열차!

너른 포도밭, 그뤼에르 치즈의 마을을 지나 샤토되와 그슈타드까지 푸른 초원 위에 스위스 산장이 꽃처럼 흩뿌려진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슈타드에서 목초지로 올라가 계곡마을인 츠바이지멘에 도착하는 동안, 마치 직접 기차를 몰고 산간의 마을을 오르내리는 듯 아름다운 절경이 꿈만 같았지요.

즈바이지멘에서 전망기차와 아쉬운 작별. 이제 인터라켄으로 이동합니다. 융프라우로 오르는 전진기지로, 일년 내내 관광객의 물결에 몸살을 앓고 있는 도시 인터라켄. 융프라우에 간다고 말하면 새벽도시락을 싸주는 정겨운 민박집 이야기는 한국의 푸짐한 인심을 떠올리게 합니다.

때마침 주말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퍼레이드를 시작하는군요. 신혼의 마차를 타고 경적소리를 울리며 온 거리를 점령하는데도, 버스며 자동차들이 웃으며 마차 뒤를 따라가는 모습은 알프스 마을의 여유를 엿보게 합니다.

이제 인터라켄에서 마이링겐을 경유해서 루체른으로 달리는 후반부는 호수를 끼고 달리기 때문에 골든패스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꼭 왼쪽 창가에 앉으세요. 튠, 브리엔즈 호수가 차례로 쪽빛으로 모습을 나타내고 활처럼 휜 선로를 달리는 빨간 스위스 열차가 그 가장자리를 따라 30분 이상 풍성한 호반의 풍경을 선사하는 이 여정은 압권입니다.

루체른을 거쳐 취리히에 돌아온 시간이 밤 9시. 골든 패스 주파하는데 꼭 15시간 걸렸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옆자리 아저씨가 카드로 점을 쳐줬는데, 오늘 밤에 발이 아플거랍니다. 온종일 걸었다는 걸 어찌 아시는지?

나우엄마(nowya2000@hotmai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