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측의 무례한 언행

  • 입력 2000년 12월 3일 19시 37분


제2차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은 또다시 가슴벅찬 감동과 안타까움만 남기고 막을 내렸다. 이번과 같은 1회성 행사로는 남북한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데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여기에다 2박3일의 상봉과정에서 북측이 보여준 언행은 ‘상봉행사’가 변질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우선 북측은 제1차상봉 때보다 더욱 ‘정치적 선전’에 주력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상봉장면을 보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 대한 북측 이산가족들의 칭송과 체제선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서울에 온 북측 이산가족들은 남한 가족들에게 ‘김정일노작’과 ‘3대장군 위인상’ 등 각종 선전용 책자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북측의 그같은 태도는 분명히 시정되어야 한다. 이산가족문제에 정치성이 개입되면 만남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북한 당국도 일찌감치 “이산가족 상봉에서는 정치성을 배제한다”고 합의까지 해 놓은 것이다.

북측이 남한의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취한 태도는 더욱 용납할 수 없다. 북측은 ‘장군님 만세’요구에 남측 사람들이 ‘머쓱’했다는 조선일보 인터넷기사를 문제삼아 조선일보의 사죄를 요구하며 평양에 파견된 사진기자를 사실상 연금하는 위압적인 분위기까지 조성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남북한 방문단의 귀환일정이 4시간여 지연되는 사태까지 발생했으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우리는 한마디로, 사실을 보도한 그 기사를 문제삼은 북측의 저의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계속해 나갈 뜻이 과연 있는지 궁금하다.

북측 이산가족방문단장인 장재언(張在彦)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의 장충식(張忠植)한적총재 비하발언도 도를 넘는 것으로 우리로서는 듣기가 곤란하다. 장총재의 언행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산가족을 인솔하고 내려 온 장위원장이 “장총재의 몰골이 가련하다” “장총재는 죄에 죽고 올바르게 재생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무례하고 오만하다.

이같은 북측의 행태에 대해 우리측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북측의 원칙과 합의를 벗어난 언행에 대해 무조건 쉬쉬하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남북관계가 제대로 진전될 리 없다. 북측에 대해 따질 것은 따지는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의 눈치만 살핀다면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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