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박스오피스]미녀 육탄전에 기죽은 한국 영화

  • 입력 2000년 11월 27일 20시 04분


여자 세 명이 모이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그녀들의 미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면? 그녀들이 못 할 일이란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사설탐정 미녀들의 만화 같은 액션을 담은 <미녀 삼총사>는 지난 주 국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점령하며 '미인계의 위력'을 확실히 과시했다.

<미녀 삼총사>의 저돌적인 박스오피스 진입은 이미 예상됐던 일. 전미 개봉 당시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며 2주간 1위를 거머쥐었던 이 영화는 서울 27개 극장, 29개 스크린에서 개봉되어 국내 개봉 첫 주 약 8만1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했다.

그 뒤를 이은 순위 다툼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강제규 필름의 야심작 <단적비연수>는 개봉 3주만에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리베라 메>에게 빼앗겨, 1백만 고지 돌파에 비상이 걸렸다.

<리베라 메>가 지난 주말 6만4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개봉 1,2주의 흥행을 꾸준히 이어갔던 데 반해, <단적비연수>는 추락일로를 걸었던 것.

개봉 첫 주 16만5천 명, 개봉 둘째 주 약 9만8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단적비연수>는 지난 주말 약 4만7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 박스오피스 순위 3위로 밀려났다. <단적비연수>가 확보중인 스크린수가 무려 47개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객석 점유율은 <리베라 메>에 비해 월등히 저조했던 셈이다.

그러나 두 영화의 흥행 누계는 아직 뒤집어지지 않았다. <단적비연수>는 현재까지 약 53만 명, <리베라 메>는 약 36만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중이다.

그 뒤를 이은 <화이트 아웃>의 선전이 눈에 띈다. 일본에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던 <화이트 아웃>은 국내 시사회 반응이 시원치 않았던 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지난 주말 서울에서 2만1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해 일본 블록버스터의 체면을 유지해주었다.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액션 영화 <아트 오브 워>도 <화이트 아웃>에 버금가는 흥행을 기록해 관심을 모았다. 이 영화가 지난 주말 거둬들인 관객 동원 수는 약 2만 명. 기자 및 관객 시사회에서 모두 악평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의 흥행은 이례적인 일이다.

'공동경비구역JSA'는 지난 주 3위에서 이번 주 6위로 대폭 밀려났다. 명필름의 예측과는 달리 수능 이후 고등학생 관객들의 발길이 이 영화에 몰리진 않았던 모양. '공동경비구역JSA'는 지난 주말 1만5천 명의 관객을 추가해 현재까지 서울 2백32만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중이다.

시간을 초월한 부정(父情)을 담은 <프리퀀시>는 주말 약 1만2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달라이 라마 방한 시비로 화제를 모았던 <쿤둔>은 3천2백 명의 관객을 추가해 현재까지 약 2만8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엽기 사이코 스릴러 <아메리칸 사이코>는 예상 밖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주말 이 영화가 거둬들인 관객동원 수는 약 3천 명 남짓. 평단의 호평에 비해 관객들의 반응은 지나치게 냉담했던 편이다.

그밖에 중견 박철수 감독의 디지털 실험과 서갑숙의 출연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봉자> 역시 저조한 흥행을 기록하고 말았다. <봉자>는 개봉 첫 주 약 1천5백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 박스오피스 10위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박스오피스 순위가 대폭 물갈이 된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 영화계의 최대 관심사는 <단적비연수>와 <리베라 메>의 순위 변동. 영화관계자들은 "<단적비연수>의 흥행이 다음주까지 계속 하향세를 그린다 해도, 아직까지 두 영화의 총 흥행 순위는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황희연 <동아닷컴 기자> 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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