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Digital]日帝 징용피해도 미국 법정선다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28분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자격이 없다.”

일본 법원은 이같은 논리로 일본 식민지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소멸시효)가 지나 재판을 할 필요도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논리에 승복하지 않고 ‘권리 위에 잠들지 않고 깨어 있음’을 증명하는 법조인이 있다. 대구 삼일법무법인의 최봉태(崔鳳泰)변호사와 부산종합법무법인의 정재성(鄭宰星), 경기 안산법무법인의 장완익(張完翼)변호사 등이다.

이들은 태평양전쟁 유족회와 함께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정신대 및 강제징용 피해 배상 소송을 진행하거나 준비중이다.

최변호사 등은 일본 법원 대신 한국과 미국의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일본 법원이 소멸시효 완성 등을 이유로 피해배상 청구를 각하 또는 기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종군위안부 피해자인 송모 할머니가 낸 소송에 대해 일본 도쿄(東京)지방재판소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10초 만에 선고를 끝내기도 했다.

최변호사 등은 일본 법원에 더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한국과 미국 법원에 새롭게 소송을 내는 방안을 추진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재판관할과 시효 문제였다. 최변호사 등은 미국에서 200년동안 ‘잠자던’ 외국인 불법행위법(Alien Tort Claims Act)’을 찾아냈다. 이 법은 1700년대 미국의 독립운동을 돕다가 영국으로 돌아간 영국 국민이 영국 정부에서 박해받을 경우 미국이 직접 개입하기 위해 외국에서 일어난 외국인의 불법행위도 미국 법원이 재판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법은 200년간 잊혀졌다가 92년 미국에 거주하는 필리핀 국민이 마르코스 전대통령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활용했고 미국 법원은 이 법에 따라 재판관할을 인정했다.

최변호사는 이 법을 근거로 한국인 종군위안부 6명을 대리해 지난 9월18일 미국 워싱턴 DC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최변호사 등은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징용배상특별법’을 근거로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이들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미국의 강제집행 절차에 따라서 미국내에 있는 일본의 국가재산을 대상으로 강제집행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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