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Digital]美 일부州 기발한 형벌 화제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9시 00분


현대 사회는 ‘맞춤’시대. 광고에는 맞춤 가구와 맞춤 재테크 등의 구호가 넘쳐난다. 그렇다면 법정에서도 ‘맞춤 형벌’이 있을 법하다. 실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그렇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판사가 피고인에게 선고할 수 있는 형벌이 엄격히 제한된 우리와는 달리 미국 일부 주(州)의 법관들은 양형(量刑)에 있어서 매우 큰 재량을 가지고 있다. 피고인의 개인사정에 따라 양형이 적절히 달라지는가 하면 기발한 형벌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소음에는 소음으로〓루이지애나 주법원의 톰 이거 판사는 지난 3월 헨리 넬슨(20)과 존 드리거(26)피고인에게 벌금형과 함께 ‘음악감상 3시간’을 선고했다.

넬슨과 드리거는 자동차 안에서 큰 소리로 음악을 듣다가 ‘시끄럽고 공격적인 소음(loud and offensive noise)’을 금지하는 군(카운티) 조례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돼 유죄를 시인했다.

이거판사는 법정에서 “당신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싫어하는 음악이 무엇이냐”고 물어 이들의 음악적 취향을 파악한 뒤 싫어하는 음악을 들어야 하는 형벌을 부과한 것.

이거판사는 “피고인들이 싫어하는 음악을 강제로 듣게 되면 듣기 싫은 음악을 강제로 듣지 않을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머니와 수예〓위스콘신주에 사는 베티 리치몬드 할머니(64)는 98년 12월 세살난 손자를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애틀랜타까지 데리고 갔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됐다. 미국에서는 비록 친할머니라도 부모의 자녀 보호를 방해한 것은 중죄에 해당한다. 법정에서 범죄를 모두 시인한 할머니에게는 징역 2년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할머니의 건강이 악화돼 실제로 수형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오자 윌리엄 다이크판사는 징역형을 취소하는 대신 ‘1년 동안 어린이를 주제로 한 퀼트(누비이불)를 만들라’고 명령했다.

다이크판사는 “퀼트 작품을 팔아 얻는 수익금은 지역 가정지원단체에 기부하라”고 명령했고 처벌기간중에는 심리학자의 감독 없이는 손자를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할머니는 이와 별도로 이혼한 아들의 전처에게는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즉석 반성문〓오하이오주 아크론시에 사는 제이미(22·여)는 수배중인 자신의 동거남을 다락방에 숨겨준 혐의(사법방해)로 체포됐고 시법원 판사는 10월 제이미에게 15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그러나 제이미가 동거남과의 사이에 둔 어린 세 남매를 부양해야 하는 것을 딱하게 여긴 담당 검사는 판사에게 “선고형량을 낮추어 달라”고 요청했다.

검사의 요청을 받아들인 판사가 다시 선고한 형량은 백지에 ‘다시는 경찰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100번을 쓰는 것. 기발한 판결에 담당 검사도 미소를 지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