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김경민/대구 지역기반산업 뿌리째 흔들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39분


지역은 서울의 거품을 빨아먹고 산다. 돈이 되는 상품은 내려오고 현금은 서울로 올라간다. 요즘 대구지역 공기가 심상치 않다. 삼성상용차 퇴출과 대우자동차 부도로 영남 내륙의 대동맥 역할을 해온 대구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대구시민과 업체들은 지역기반산업의 퇴출 결정에 아무런 발언권도 갖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나나 했더니 다시 대기업 구조조정 바람에 된통 맞았다. 서울에선 기침 정도지만 대구는 독감에 걸려 야단이다.

11월 초 대우자동차 부도로 부평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동시에 대구 경북의 대우자동차 협력업체들은 11일부터 라인의 전원을 껐다. 더욱이 삼성상용차 퇴출로 250여 협력업체들은 3000억원이 넘는 빚을 안았다. 지역 총매출의 30%에 이르던 제조산업의 붕괴와 주택건설업계의 ‘빅3’으로 불리던 청구 우방 보성의 연쇄부도는 대구 실물경제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지역 재투자는커녕 퇴출로 답한 삼성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은 하루 종일 대구시청 게시판을 메우고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는 것이다. ‘대구사람들은 삼성이 만든 지하철을 타고, 삼성 홈플러스에서 쇼핑하고, 삼성자판기에서 커피를 빼먹고, 삼성카드로 결제하고, 삼성에서 주는 월급으로 자식 교육시키고, 삼성아파트에서 잠을 잔다’는 농담이 있다. 그만큼 삼성은 대구지역에서 유력한 지배력을 행사해온 것이다.

그러나 2003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20만대의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던 삼성은 절반도 투자하지 않은 채 상용차를 무작정 퇴출시켜 버렸다. 협력업체나 직원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심지어 상용차에 대한 애프터서비스 방안도 전혀 없이 말이다. 삼성에 대한 반발은 지역경제 논리뿐만 아니라 삼성과 지역사회의 특수한 정서적 관계도 중요한 이유다. 오페라하우스 건립 등 지역사회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과 삼성상용차 죽이기로 인해 이제 대구시민들의 ‘삼성 짝사랑’은 끝이 났다. 이제 대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김경민(대구 YMCA 시민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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