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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5일 12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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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에서 조기분리시키겠다는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의 발언에 현대전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12시 25분현재 전일보다 440원(+5.9%) 오른 7840원을 기록중이다.
어제도 750원(+11.3%)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틀만에 17%이상 높은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계열분리를 통해 그룹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전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반도체주식들이 큰폭으로 상승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김성노 동부증권 투자분석팀 선임연구원은 분석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기술적 지표만 놓고 본다면 1만원 전후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어 보인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대다수 반도체업종 애널리스트들은 "기술적 반등을 이용해서 무조건 매도하라"고 강조한다. 현대전자도 조만간 현금흐름과 현금지출의 불일치(Mismatching)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해서다.
즉 반도체 판매를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흐름보다 원리금을 상환액수가 많아 현대건설과 유사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란 견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9월말 기준으로 현대전자의 총부채는 8조 2100억원. 2004년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은행에서 빌린 장단기 차입금 그리고 LG반도체 인수대금이다.
항목별로 세분해 보면 달러부채를 포함한 회사채가 4조 6000억원, 은행 단기차입금 8570억원, 장기차입금 1조 9520억원 그리고 LG그룹이 지급해야 할 LG반도체 인수대금 800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전자는 이같은 부채로 올해 10월부터 내년말까지 8148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김성인 동원경제연구소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현대전자의 평균 이자비용은 13.5%로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고 분석했다.
이자도 이자지만 원금상환에 필요한 현금조달능력은 더욱 심각하다.
당장 올해 4분기(1조 3500억원) 내년 1분기(1조 5100억원) 2분기(5700억원) 3분기(1조 200억원) 4분기(1조 61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한다.
특히 달러표시 회사채도 올 4분기 2억 5700만달러 등 내년말까지 모두 10억달러의 원리금을 상환하거나 만기연장(Roll over)해야 한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의 약세로 원금상환능력이 의문시되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현대전자는 4분기 808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쳐 올해 4478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DRAM가격의 급락으로 3분기 6460억원의 영업이익이 거의 1/8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내년에도 반도체 가격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2743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전체 매출액의 76%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주원인이다.
정보통신(12%) 비메모리(8%) 부문의 경쟁력 열세가 반도체 가격하락 손실을 보전하기 힘들게 한다고 김 애널리스트는 분석한다.
이같은 판단아래 대다수 반도체업종 애널리스트들은 현대전자에 대해 '반등시 매도'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최석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5000억원 가량 손실이 예상되는 기업을 굳이 매수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섣불리 매수에 나섰다가 39.12%(14일기준)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손절매'할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원경제연구소의 김 애널리스트도 "현재 주가가 적정가격(7500원)을 넘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차익을 실현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밝힌다.
UBS워버그증권도 14일 현대전자의 부채상환능력을 문제삼아 매수에서 보유(Hold)로 투자등급을 내렸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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