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임신부 치주염, 조산 위험 높인다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52분


선천성 기형을 빼면 신생아 사망률의 60% 이상이 조산과 관련돼 있다. 조산은 임신 후 37주 이내에 분만하는 경우를 말한다.

미국에선 10명 중 1명이 저체중(2500g 이하)의 조산아로 태어나며, 이 때문에 매년 50억 달러 이상이 의료비로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저체중 조산아는 뇌성마비, 시각 또는 청각장애, 발달장애, 학습능력 장애 등을 가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조산의 위험인자로는 산모의 흡연, 음주, 약물남용, 고혈압, 비뇨생식기계 감염 등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산의 약 25% 정도는 의심되는 원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고 있다.

이 25%의 발생 원인으로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는 것이 세균에 의한 감염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치주염이 중요한 원인인자의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 치주염은 흔히 ‘풍치’라고 하며, 잇몸과 치조골의 염증상태를 말한다.

사람 잇몸의 표면적은 손목에서 팔꿈치까지의 안쪽 피부의 면적과 비슷한 넓이다. 이러한 넓이에 만성적인 고름성 염증이 생기는 경우 전신적인 후유증이 어떠할지를 생각해 보라. 치주염이 온몸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치주염이 조산을 일으키는 과정은 두 가지 정도로 설명된다.

첫째, 치주염이 세균내독소의 만성적인 저장소 역할을 해 이 독소가 혈관을 통해 태반막에 도달한다. 그렇게되면 태반에서 프로스타글란딘 등의 염증성 매개물이 증가한다. 이 프로스타글란딘의 증가는 분만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 조산을 일으킨다는 추론이다.

둘째, 프로스타글란딘 등의 염증성 매개물이 치주염의 결과로 잇몸에서 국소적으로 생성된다. 잇몸은 혈관이 매우 발달되어 있어 이 염증성 매개물의 저장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염증성 매개물이 지속적으로 임산부에게 작용해 조산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조산을 한 임산부에게서 치주질환의 빈도를 조사한 국내외의 역학조사 결과도 위의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는 가임여성의 경우 반드시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않더라도 치주염에 대한 진단을 받는 것이 추천된다. 임신 전에 치주염을 치료하는 것이 조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류인철(서울대치대 치주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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