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금감원-증권사 신경전…'초보 투자자 시스템 트레이딩 불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46분


앞으로 초보 투자자는 시스템 트레이딩을 이용한 주식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금융감독원 이영호(李永鎬) 증권감독국장은 14일 “증권사는 투자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초보 투자자에게 시스템 거래를 못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주식을 거래할 때 개인 감정을 배제한 채 주가와 거래량 등이 일정 조건에 충족되면 주문과 매매가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컴퓨터 자동거래 시스템이다.

현재 교보(오토스탁,앵커스팟), 신흥(시스템트레이딩 프로), 제일투신증권(예스 트레이더) 등 3개 증권사가 고객에게 무료로 시스템 트레이딩을 제공하고 있고 인터넷 포털 팍스넷도 월 최고 99만원까지 받고 ‘팍스 매매신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감원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증권시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증권사가 ‘초보 고객’에게 시스템 트레이딩의 위험성을 알려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투자자가 ‘내 책임으로 거래하겠다’는데 증권사가 무슨 방법으로 이를 막겠느냐는 것.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어디까지가 초보투자자냐’를 가릴 기준이 없다는 점.

금감원 증권총괄팀 관계자는 ‘초보 고객’의 기준에 대해 “초보인지 여부는 증권사 창구직원이 당장 알 수 있다”며 금감원이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이와 관련한 금감위 제재가 있을 경우 ‘초보고객’ 기준을 놓고 금감위와 증권사가 다툼을 벌일 소지도 크다.

현재 증권사들은 시스템 트레이딩 희망 고객에게 1주일 안팎의 교육과 안내를 한 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감원측은 “이같은 단기교육만 받은 사람은 초보범주에 들어간다”고 해석했다.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측은 “책임있는 증권사가 약정을 높이기 위해 고객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이 정책을 강행할 방침.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 증권사에선 개인 고객에게 ‘위험성이 높은’ 시스템 거래를 권하는 사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15일 이와 관련한 공청회가 예정돼 있지만 금감원의 기본 시각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비난을 무릅쓰고 초보자 거래제한을 결정한 것은 시스템 트레이딩이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을 사고파는 초단타 매매를 불러 주가의 이상움직임을 부추긴다고 보기 때문. 금감원은 하루 거래량의 5%가 시스템 거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영호 증권감독국장은 “시스템 트레이딩은 변동폭이 큰 장세에서 개미 투자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개발됐으나 일일거래(데이 트레이딩)으로 이어져 초단기 투자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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