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볼보·벤츠 '안전신화'의 비결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47분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므로 볼보가 만드는 모든 제품에는 ‘안전 최우선’의 정신이 담겨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스웨덴 예테보리 소재 볼보사 건물 곳곳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볼보의 공동 창업주인 아사르 가브리엘손과 구스타프 라르손의 사업 철학이 담긴 연설문을 인용한 것이다.

볼보 직원들은 자동차를 설계 제작단계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같은 철저한 ‘안전 제일주의’ 정신이 밑거름이 돼 ‘볼보〓안전한 차’라는 이미지를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심어줬다.

볼보는 1959년 ‘아마존’ 모델을 시판하면서 닐스 불린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3점식 안전벨트를 부착한 바 있다. 추락 전복 사고시 승객이 차창 밖으로 튕겨나가면서 차체에 깔려 숨지는 경우가 많아 안전벨트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 이를 계기로 모든 승용차 모델에 안전벨트 부착이 일반화되는 등 볼보는 자동차 안전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최근 개발된 자동차 앞좌석은 충돌 또는 추돌사고시의 목뼈 부상을 크게 줄여주었다. 일단 충격을 받으면 의자 전체가 뒤로 약간 밀리면서 등받이가 15도 뒤로 젖혀진 다음 고정돼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에어백의 경우 최근에는 운전석, 조수석, 문4개, 측면 유리창 위 등에 보통 6∼8개가 부착된다. 자동차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돈보다 목숨을 더 우선시하는 추세다.

480억원을 들여 만든 ‘볼보자동차 안전센터’는 1년 내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곳에서는 자동차 사고로 부서진 차량 잔해들을 전시, 운전자의 안전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안전도를 강화한 볼보 차량들의 내부 단면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모형자동차의 충돌실험도 해볼 수 있다.

이동식 충돌실험실은 볼보가 자랑하는 최첨단 시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고정식 트랙에서 90도 각도로 들이받는 충돌실험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다.

안전센터 크리스터 구스타프손 선임연구원은 “이동식 충돌실험실은 128m의 고정식 트랙과 90도 회전 가능한 154m의 이동 트랙을 갖추고 있어 어떤 각도에서든지 정면, 후면, 측면충돌과 전복 실험을 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시설”이라고 말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소재 ‘다임러 크라이슬러’사의 벤츠는 개발단계부터 ‘안전관’이 참여하고 안전도연구원도 350여명이나 된다.

또 과감한 실차 시험으로 안전도를 입증하고 있다. 1976년 부분 정면충돌 실험을 처음 도입했고 지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도로 상황에서 다른 모델의 차량끼리 충돌시켜 어떤 피해를 입는지를 정밀 조사한다.

1.5t E클래스급 세단은 6.5t 중형트럭과의 시속 60km 충돌시험을 무난히 통과했다. 충돌시 승용차가 트럭 밑으로 깔려들어가는 현상을 막기 위해 트럭의 전방 하단에 보호대를 설치한 것도 이런 시험에서 비롯됐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경차 ‘스마트’는 E클래스 세단을 정면으로 받고도 끄떡 없어 안전 판정을 받았다. 벤츠는 시험에서 나온 안전도 결과를 자동차 평가기관에 통보하고 자동차 관련 전문지에 자신있게 공표하는 등 솔직한 안전정책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스웨덴예테보리·독일쉬투트가르트〓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유광희(경찰청 교통심의관)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윤정국차장(이슈부 메트로팀·팀장) 이인철( 〃 ·교육팀) 송상근( 〃·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인터뷰/로돌포 쉐네부르크 박사(다임러 크라이슬러사 안전분석국장)▼

“벤츠는 ‘최고 아니면 전무(Best or Nothing)’라는 정신으로 자동차를 만들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차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사 안전분석국장인 로돌포 쉐네부르크 박사는 세계적인 자동차 안전분석 전문가이다. 대학에서 항공역학을 전공한 뒤 벤츠 승용차의 연구개발본부에서 안전도에 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담당해오고 있다. 그는 벤츠 자동차의 ‘안전’ 명성은 컴퓨터 분석→실차 충돌시험→사고차량 분석 등 안전검사 절차를 철저하게 실시하면서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먼저 자동차를 컴퓨터로 62만5000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눠 충돌시의 찌그러짐 상태를 정밀 분석한 뒤 어떤 곳을 보강해야 하는지를 살핀다”면서 “컴퓨터 분석법을 이용하면 실제 승용차 충돌시험 때보다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고, 특히 ‘가상 공간’에서는 더 다양한 시험을 할 수 있어 계속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차 충돌시험은 시험제작한 자동차로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충돌시험을 벌여 안전도와 문제점을 분석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나라마다 서로 다른 자동차 안전기준을 갖고 있고 평가방법도 약간씩 다릅니다. 벤츠는 이런 모든 안전기준과 시험방법을 만족시킬 수 있는 ‘월드 카’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또 실제 도로상에서 교통사고로 부서진 사고차량을 정밀 분석, 단점을 보완하거나 후속모델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쉐네부르크 박사는 “단순히 시험기준을 만족시키는 눈 앞의 목표보다 우리가 만든 차에 탑승한 사람이 사고시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생명 존중’의식이 자동차 제조차의 가장 소중한 덕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벤츠는 안전도가 낮은 값싼 자동차를 양산하기 보다 비싸더라도 안전한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쉬투트가르트〓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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