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상근/또 재협상 타령인가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45분


의―약―정(醫―藥―政) 3자가 11일 새벽4시경 약사법 재개정 합의안을 발표한 뒤 대한의사협회 사무실과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합의내용에 불만을 나타내는 의견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분통이 터진다” “협상팀을 교체하고 재협상 하라” “불완전한 협의에 반대한다”는 말이나 글은 그나마 점잖은 편. “모든 대한민국 의사는 바보 멍청이” “전공의 비대위가 ‘걸레안’에 흡족해 한다” “왜 대부분의 의사를 팔아 처먹었나” “이놈들은 후레××”라는 식의 거친 표현도 보인다.

어렵게 이뤄진 합의인 만큼 이를 계기로 의약분업 사태가 해결되기를 다수의 국민은 바랄 것이다. 물론 이 합의안이 의사들로서는 기대에 못미칠 수 있고 따라서 이런 저런 반대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의료계가 ‘의―약―정 회의 결과’라고 표현하는 이번 합의안은 의료계가 직역별 토론을 벌여 마련한 대정부 단일요구안을 토대로 26차례의 의―정(醫―政)대화와 6차례의 의―약―정 회의를 거쳐서 도출한 것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대표단에 협상전권을 주었다고 여러번 밝혔고 개편된 의쟁투도 재신임했다.

의료계 대표단인 비상공동대표 10인 소위의 한 위원은 “합의안은 대표단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샘협상을 벌여서 만든 결과물이지 대표 한두명이 정부 및 약계와 함께 밀실회의를 하고 ‘국회 날치기’처럼 해치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의 수용여부는 욕설과 조롱보다는 차분하고 구체적인 토론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인 소위는 합의안을 마련한 뒤 성명서에서 “지금 의료계에 필요한 건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의―약―정협의회가 계속되는 동안 회의 내내 의협 홈페이지에 올라온 회원들의 의견을 노트북컴퓨터로 확인해온 한 의사는 “이런 데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조금 강성이지만 우리는 조용하고 말없는 다수를 생각해야 하고 또 이들에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상근<이슈부>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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