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누가 대통령 되든 경제 먹구름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9분


조지 W 부시 후보가 되건, 앨 고어 후보가 되건 차기 행정부는 두가지 커다란 경제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사회보장 정책을 포함한 현재의 재정정책을 고수할 수 있느냐, 그리고 미국과 전세계에 상존하고 있는 경제불안 위험을 적절히 다룰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불행하게도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같은 도전 모두에 제대로 대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비교적 확실한 재정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는 예기치 않게 늘어난 재정흑자와 더불어 공화 민주 양당이 이 같은 흑자를 낭비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고어가 대통령이 되면 중산층 사회보장 확대 등 현재와 같은 재정정책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부시행정부가 들어서면 재정정책은 긴축기조가 될 것이다. 국가의 사회보장은 줄어들고 이에 대한 지출도 줄 것이다. 또 의회내 강경파 보수주의자들이 2002년 선거에서 질 것으로 보고 세금감면 정책이나 사회보장세의 개인부담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려 들 것이다.

다음은 경제불안에 관한 문제다. 90년대에 금융시장이 세계화되면서 대재앙의 잠재적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런 불안정한 세계에서 빌 클린턴 행정부는 소방관 역할을 해왔고 나름대로 그 역할을 잘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시 후보와 고어 후보가 이처럼 할 수 있는 의지와 힘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고어 후보는 의지를 갖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등 입지가 좁아졌다. 앞서 95년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지도자들은 클린턴 행정부의 멕시코 위기 처방에 맹렬히 반대했었다. 당시 미국의 처방 덕분에 멕시코의 개혁은 되살아났고 올해 민주적 정권이양도 가능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하튼 고어 행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다음 번 의회선거 때까지는 비틀거릴 것이다.

부시는 상대적으로 입지가 넓은 편이지만 자파 의원들과 충돌해가며 이 문제에 개입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부시 행정부의 이너서클은 주로 정부의 시장개입을 반대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경제위기에 간여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공화당의 시장불개입주의는 결국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변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많은 것이 잘못돼 있을 수도 있다.

다행히 이번 선거는 경기가 좋을 때 이뤄졌다. 경제와 주식시장도 좋고 아시아도 경제위기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먹구름은 벌써 몰려들고 있다. 재정흑자도 몇 년내에 줄어들 것 같다. 수많은 경제지표로 판단할 때 세계금융환경도 다시 나빠지고 있다.

〈정리〓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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