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충식총재의 거짓말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36분


최근 장충식(張忠植) 한적 총재에 대한 북한측의 시비를 두고 정부나 장총재 자신이 보인 대응자세는 정말 실망스럽다. 대북정책은 국민적 지지의 바탕 위에서 수행해야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장총재는 국회의원들 앞에서 거짓 증언까지 했다.

장총재는 얼마전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 내용을 문제삼은 북한측에 오해를 풀도록 하기 위해 서한을 보낸 모양이다. 그런데도 장총재는 7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대북 사과의사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때는 이미 그가 ‘유감서한’을 북한에 보낸 지 사흘 뒤였다.

장총재는 또 자신의 이름으로 보낸 ‘유감서한’에 대해 북측이 ‘수용거부’의사를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는데도 이를 확인하는 기자들에게 “보낸 일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뒤늦게 통일부가 나서서 시인했다. 장총재가 왜 국회의원들과 기자들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장총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무슨 말못할 사정이라도 있었는지 궁금하다.

장총재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유감서한’까지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설사 꼭 보낼 필요가 있다면 그 내용이 큰 비밀이 아닐 텐데 당당하게 보낼 일이지 뭐가 두려워 ‘쉬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장총재의 인터뷰 내용 중 북측이 문제를 삼은 것은 ‘북한에는 남한에 비해 자유가 없다’ ‘북한 사람들이 매일 같은 옷을 입더라’는 등 서너 가지 대목이다. 이런 언급이 북한사회를 비하했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 인터뷰의 전체내용을 보면 북한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대하자는 긍정적인 취지이다. 북한이 그렇게 일부분만을 잘라서 시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산가족문제로 북한측을 직접 상대하고 있는 적십자사 총재로서는 북한관련 발언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자세는 다소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이번 장총재의 인터뷰 내용이 이산가족상봉에 관한 남북합의 전반에 영향을 줄 정도는 결코 아니라고 본다. 남북정상간의 합의로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과 서신교환 등은 적십자회담에서 약속된 일정대로 차질없이 이행돼야 한다.

거듭 강조하건대 남북관계는 상호 신의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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