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투표방해" 제보…플로리다 갈수록 혼미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09분


미국 플로리다주가 차기 미국 대통령을 뽑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로리다주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득표가 박빙의 차(1278표)를 보이고 있는 점 외에도 플로리다 주 곳곳에서 부정 선거 의혹까지 제기돼 양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밥 포 플로리다 주당 의장은 8일 곳곳에서 선거부정 의혹과 관련한 제보 전화가 수천통씩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신문사와 라디오 방송국들로도 제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마이애미 해럴드지가 전했다.

○…흑인 등 민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소수 유색인종들에 대한 투표 방해 혐의가 있었다는 제보가 8일 곳곳에서 나왔다. 힐스버러 카운티에서는 투표소 밖에서 경찰 보조요원이 검문을 실시, 흑인들에게 신분증과 경찰 기록을 대조한 뒤 돌려보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노스 플로리다 지역 흑인들은 투표소가 마련된 우드빌 침례교회로 가던 길에 임시 검문소의 경찰들이 난데없이 적재물 검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제시 잭슨 목사는 “플로리다뿐만 아니라 다른 주에서도 흑인들이 투표장에 도착하자 투표용지가 없다거나 투표가 끝났다는 이유로 제지당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재검표가 아니라 수사”라고 주장했다.

○…선거진행요원들이 투표함을 함부로 빼내거나 들여오는 사례도 적발됐다. 22만명의 유권자가 있는 볼루시아 카운티에서는 9개의 투표용지 가방이 실종됐다가 회수됐다. 이곳 한 선거감독관 사무실에서는 여성 요원이 2개의 투표용지 가방을 몰래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한 노인 선거진행요원은 선거 다음날인 9일 새벽 투표용지 가방을 선거감독관 사무실로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됐다. 플로리다주 법원은 이 선거감독관 사무실에 대해 증거보전 조치를명령했다.

○…선거 진행 요원과 개표 요원의 심각한 실수가 드러나기도 했다. 마이애미 해럴드는 숨진 이가 유권자로 등재돼 있고, 생존자가 사망자로 취급된 사례들이 속출했다고 전했다. 타마락 지역의 한 여성은 투표장에 가보니 숨진 이로 분류돼있어 투표를 할 수 없었다. 펨브로크 파인스 지역에서는 50명의 유권자가 등재돼있지 않아 투표를 포기했다.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난 로더힐시(市)에서는 500여명의 주민이 유권자 등재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발길을 돌렸다.

○…피넬라스 카운티에서는 한 개표요원이 실수로 기표용지들을 컴퓨터에 입력시키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민주당원들은 볼루시아 카운티에서는 컴퓨터 디스크 고장으로 고어 후보지지표가 수천표나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애미 해럴드는 1998년 마이애미 시장 선거가 부정선거로 드러난 적이 있다며 이번 선거 진행과정에 의문을 던졌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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