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펀드란]주식투자 목적 일종의 契

  • 입력 2000년 11월 2일 00시 02분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 사장의 사설(私設) 펀드에 여권 실세 및 고위 관료가 가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설 펀드는 말 그대로 개인이 주변 사람의 돈을 모아 만든 펀드로 일종의 계(契)와 비슷하다. 펀드 가입은 개인간 사적 계약. 자산운용사가 증권사를 통해 판매하는 뮤추얼펀드와는 명확히 구별된다. 법적 보호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원금을 날려도 100% 자기책임이다.

만기까지 돈을 찾지 못하는 ‘폐쇄형’과 중간에 수시로 인출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나눠진다. 대부분 폐쇄형으로 운영된다.

사설 펀드는 외환위기(IMF) 이후 서울 강남지역의 부티크를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부티크는 사채업자 등 거액 전주나 정치권의 비자금을 받아 벤처기업투자 기업인수합병(M&A) 등에 자금을 운용하는 일종의 사설 금융기관.

이러한 부티크가 성행한 데에는 코스닥시장 활황이 기폭제로 작용했다.

여유자금으로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했는데 이 주식이 코스닥등록 후 수십배로 치솟자 갑자기 떼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검은 돈’이 몰리기 시작했고 정치권과 고위 관료, 전직 장관, 변호사 등까지 너도나도 쌈짓돈을 꺼내 사설 펀드에 가입했다. 쉽게 말해 다음 새롬기술 주주처럼 ‘대박의 신화’를 노린 것.

일반적으로 벤처기업은 설립 초기에는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마케팅과 자금 마련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을 주주로 끌어들여 든든한 후원 세력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정치권으로서도 과거처럼 대기업의 정치자금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벤처투자를 통한 자금 마련은 매력적인 제안이다.

연예인들이 스톡옵션을 받고 벤처기업 홍보를 맡는 것이나 전직 장관이 벤처기업 고문 또는 회장으로 취임하는 것도 이와 유사한 것이다.

작년에는 벤처기업과 정관계 인사를 연결해주는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했다.그러나 올해 코스닥시장이 폭락하면서 사채업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고 그나마 주식이 팔리지 않아 거액의 자금이 묶였다. 정현준펀드처럼 벤처투자 사설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은 이제 원금을 몽땅 날릴 위기에 처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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