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폐광촌 카지노 과열 조짐

  • 입력 2000년 11월 1일 19시 12분


내국인 출입 카지노가 들어선 강원 정선군 고한읍 폐광촌에 불어닥친 ‘카지노 열풍’을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평일’ 없는 폐광촌〓지난달 28일 개장한 이후 1일까지 하루 평균 3300명의 고객들이 찾아오자 스몰카지노의 호텔(199실)은 연일 만실을 이루며 전국에서 가장 숙박률이 높은 호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객실이 모자라자 인근 태백시의 J호텔도 평일에도 연일 빈방이 없는 등 인근 도시도 카지노 특수를 이루고 있다.

관광객과 일확천금을 노린 갬블러를 태운 채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로 모여드는 자가용들로 인해 적막하고 썰렁했던 폐광촌은 새벽까지 북적거리고 지역 식당가와 유흥가까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고한과 사북지역은 물론 인근 태백시에서도 직장인들간에 “어젯밤에 누가 얼마를 잃었다더라” “어제는 얼마짜리 잭폿이 터졌느냐”는 등의 얘기가 매일 으뜸가는 화제다.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순간의 짜릿함과 아쉬움을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멀리 떨어진 강릉시내에서조차 일부 시민들이 카드를 더해서 숫자 ‘21’에 육박할 경우 돈을 따는 카지노 카드게임, 일명 ‘블랙잭’을 배우며 카지노에서의 ‘한판 승부’를 꿈꾸고 있다.

정선 탄광촌에는 최근 객지에 와서 돈이 떨어진 사람을 겨냥, 전당포 한 곳이 문을 열더니 추가로 3곳의 전당포가 잇따라 개장 준비를 하고 있다.

▽과열현상 우려〓이처럼 카지노 열풍이 불어닥치자 벌써부터 도박 중독과 도산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0만∼50만원의 돈을 잃는데 2시간도 걸리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이 카지노에 태백 등 폐광지역 주민들이 자주 출입해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만든 카지노가 자칫 폐광촌의 가정을 망가뜨리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또 카지노에서 1000만∼30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환전하는 외지인이 눈에 띄게 많아지며 100만원짜리 수표가 이리저리 흩날리는 것을 본 주민들은 “돈의 가치가 무의미하게 보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카지노를 둘러싸고 사채업자와 조직 폭력배 등이 설칠 조짐도 벌써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외지 사채업자와 폭력배들이 손을 잡고 카지노에 온 사람들에게 사채를 빌려주고 고리를 뜯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카지노 운영업체인 강원랜드 관계자는 “최근 폭력배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들이 선점구역이라고 과시하듯 카지노 앞에 자주 나타나고 있다”며 “카지노에 폭력배들이 끼여들면 일반인들의 건전한 여가 공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원랜드 홈페이지에는 벌써부터 서비스 부재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모씨는 “딜러와 관리자가 노골적으로 팁을 요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팁을 주지 않으면 얼굴을 찡그린다”는 글을 올렸고 박모씨는 “서비스는 3류이면서 최소 베팅 액수는 외국보다 높다”고 말했다.

<정선〓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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