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사람세상]김성기 서울대 회계학교수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9시 06분


서울대 경영학과 김성기교수가 기보를 보며 복기에 몰두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 김성기교수가 기보를 보며 복기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일식집. 프로기사인 최규병(崔珪昞·37) 9단, 김승준(金承俊·27) 7단과 함께 호탕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노교수가 있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김성기(金星基·58)교수. 연령대가 크게 다른 세사람이었지만 분위기는 어느 만남보다 화기애애했다.

김교수는 젊은 프로기사들의 대부(代父)로 불린다. 특히 젊은 기사 40여명으로 구성된 바둑연구회인 소소(笑笑)회 멤버치고 김교수의 이름을 모르는 기사는 없다.

김교수는 한국기원 공인 아마 6단. 본인은 “실력으로 받는 사람도 있고 공로로 받는 사람도 있는데 나한테 안주면 시끄러울 것 같으니까 준 거지”하며 껄껄 웃는다.

김교수가 바둑계에 끼친 공로를 액면 그대로 반영한다면 아마 6단도 부족할지 모른다. 김교수는 90년대 초반 동양증권배 우승 축하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최9단으로부터 “젊은 기사들이 연구를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경영학과 동문 선후배들을 통해 젊은 프로기사들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다. 그 결과 김항덕 SK상임고문 등의 도움으로 매년 3000만원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소소회 회원들은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옆에 50여평짜리 번듯한 연구실을 차릴 수 있었다.

최9단은 “최근 한국의 10∼20대 기사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김교수님이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교수는 “난 그냥 중개자에 불과하고 돈 낸 사람들은 따로 있어”하며 손사래를 친다.

김교수는 회계학 전공. 최근 우리나라 기업의 부실 회계 문제를 바둑에 비유해 따끔하게 꼬집는다.

“회계는 바둑으로 치면 복기에 해당되는데 복기가 부실하면 바둑이 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계가 부실하면 기업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없습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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