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퇴출'장세속 은행주 나홀로 "쑥쑥"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8시 30분


31일은 은행주의 상승이 돋보인 날. 동아건설 워크아웃 종료와 현대건설 1차부도가 개장초 종합주가지수를 20포인트 이상 끌어내리는 상황에서도 은행업종은 거의 유일하게 상승세를 타 주목을 받았다. 두 대형 건설사가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직접적인 피해자는 돈을 꿔준 은행인데도 말이다.

5월말과 6월초의 은행주 폭등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그래서 은행주의 반등이 예사롭지 않다.

▽은행주가 상승하는 이유〓하락세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9월18일 이후 은행업종 지수는 30일까지 6.6% 상승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이 기간중 12.6% 하락한 것에 비하면 돋보이는 상승세. 특히 주택 신한 하나 등 우량은행주들은 종합지수 및 은행업종지수 대비 모두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은행주 반등에 기여한 새로운 호재는 사실상 별로 없다. 은행주와 관련된 재료는 모두 예정된 것들. 예컨대 이번주내 발표될 은행경영평가 결과와 다음주중 공개될 퇴출기업 명단 등이 그것이다. 구조조정 결과 여하에 따라 악재가 될 수도, 호재가 될 수도 있는 재료들이다.

특히 동아건설 워크아웃 종료를 계기로 구조조정재료가 호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실기업의 퇴출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은행권의 잠재부실 해소와 경영 정상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 탓이 크다.

LG투자증권 황창중투자전략팀장은 “미국증시에서도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면서 금융주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며 “외국인들이 최근 우량 금융주 중심으로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바가 크다”고 말했다.

▽은행주는 틈새시장?〓하지만 은행주의 반등폭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은행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필요하지만 5월말과 6월초의 폭등(금융업종 상승률 92%)을 기대하기엔 다소 무리라는 것.

당시 은행주는 5월말 폭등 이전에 종합지수 대비 30%를 웃도는 하락률을 기록하는 등 폭 등의 전제조건인 ‘가격메리트’라는 호재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우증권 이종우연구위원은 “은행주 강세에는 구조조정 박차 등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지만 침체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투자자들의 잠재의식도 감안해야 한다”며 일종의 틈새시장으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부실기업 퇴출 등 향후 구조조정의 전개방향에 따라서는 우량 은행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호전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

삼성증권 이승우연구원은 “우량은행주의 경우 매물대 진입으로 추가상승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금융 기업 구조조정의 최대 수혜주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공적자금 투입 은행주들도 현 가격대는 감자 가능성을 반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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