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삼성전자株 '허탈한 추락'…최고실적 불구 3.9%하락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8시 46분


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총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첫 날인 23일 삼성전자 주가가 3.9%나 떨어졌다.

외국인 단기투자자들이 자사주 매입 시점을 매도기회로 활용한데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D램가격 약세로 나타나는 어두운 반도체경기 전망과 그룹 구조조정 관련 리스크가 투자자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평.

▽엇나가는 호재와 주가〓삼성전자는 이날 “올 3·4분기(7∼9월)에 매출 8조8000억원, 세전이익 2조3000억원, 세후순이익 1조70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올들어 9월까지 매출액은 25조2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고 순이익은 4조9000억원으로 139% 늘어났다. 사상최고치의 실적이다. 실적발표를 전후해 ABN암로 등 국내외증권사들은 “시장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수준”이라는 논평을 냈다.

하지만 16만원대를 유지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발표 직후 15만원선으로 내려갔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75억원, 207억원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에 힘입어 주가가 6%가량 급등하자 이익실현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18일 산 물량을 내놨다면 30%가까이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전날 종가보다 5% 높은 17만4000원에 자사주를 매입하는 의욕을 보였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삼성전자 주가 전망〓대우증권 이영원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무난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매도에 주가가 폭락한 것은 외국인이 매도로 나올 때 물량을 받아내줄 세력이 없는 시장 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의 불투명성과 삼성생명 상장과 연관돼 있는 삼성차 손실부담 문제가 여전히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오성진 과장은 “삼성전자는 D램반도체,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무선통신단말기, 가전 등 주요사업부문에서 사양 교체기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어서 중장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면서 “주가 면에서 전반적인 추세 전환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튼튼한 매수세가 형성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부장은 “삼성전자 주가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미국 동종기업들에 비해서는 주가가 싼 게 사실이지만 ‘환 리스크’ ‘그룹 리스크’ 등의 각종 투자위험을 감안하면 반드시 싸다고 할 수도 없다”며 “기대수익률이 적어도 30%는 돼야 타산이 맞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주가가 웬만큼 떨어져서는 저평가 얘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