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경희/러브호텔 대책 빨리 세워라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8시 36분


최근 우리 사회는 이른바 ‘러브호텔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와중에 부상자도 생기고 행정당국 및 사업주와 지역주민 사이에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우리의 국가발전 전략에서 가장 실패한 모델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교육모델일 것이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위한 인적능력 개발정책은 능력주의 관리방식을 표방하게 됐고, 이는 공교육제도에도 그대로 적용돼 학교교육 그 자체가 소위 능력에 맞는 인재의 선별 및 배분 기능을 담당하게 됐다. 이런 교육방식은 다수의 학생을 낙오시키고 동시에 학력의 부진현상을 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비행과 폭력, 심지어 자살 등의 교육사회적 병리현상을 초래했다. 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제발전이 오히려 물적 숭배를 낳아 가장 중요한 교육환경적 배려를 도외시하게 만드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실패한 우리의 교육을 개선하는 방법은 인간성을 도외시한 능력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황폐해진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사회문제가 되어 있는 러브호텔 파동은 유해한 교육환경의 문제이고 동시에 우리 사회의 그릇된 성문화의 문제라고 하겠다.

교육환경이라면 먼저 학교의 교육적 환경만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그것 하나만 개선한다고 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는 없다. 교육은 가정과 학교, 사회라는 삼두마차가 상호 협력적으로 유기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러브호텔의 사업주들은 호텔의 인허가 과정에서 합법적인 행정절차를 거쳤을 뿐만 아니라 영업행위 그 자체가 외부로 전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직접 유해하지 않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들이 자녀교육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인식하고 있고, 또한 많은 학생이 러브호텔 부근을 통학로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이같은 호텔 사업주의 강변은 올바른 인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신도시 지역의 교육환경에 가시적, 비가시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러브호텔은 교육환경적 배려 차원에서 납득할 만한 정책적 대안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생각해 볼 점은 러브호텔의 소비자들이다. 풍요로운 소비문명은 소비자 주권의 이상을 실현시켜 인간의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성문화 측면에서 볼 때 물적 숭배의 굴레에서 성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채 성을 ‘잘못된 욕망의 자기 만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성의 상품화, 성 정보의 범람, 성의 왜곡화가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 사회에서 러브호텔이 수없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성의 왜곡화와 더불어 타락한 섹스산업이 매우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증거다.

성도 사회적 윤리와 규범 속에서 그 질서를 찾을 때 진정으로 ‘성의 질곡’을 벗어날 수 있다. 러브호텔 파동은 건전한 교육환경과 건전한 성문화 조성 차원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남경희(서울교대 교수·사회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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