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슨 '국민투표' 인가?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00분


그저께 여야영수회담에서 나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민투표’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먼 나중에 있을 수 있는 일로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없다”고 그 의미를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지만 남북한관계가 워낙 민감하게 돌아가는 때라 김대통령의 진의에 대한 궁금증이 확산되는 것 같다.

김대통령은 “연방제는 외교 군사권을 중앙정부에 일임하는 것인데 낮은 단계 연방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연방제를)포기한 것으로 본다. 이 문제는 당장 우리 앞에 닥친 것이 아니고… ”라면서 “어쩌면 국민투표도 거쳐야 할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의 맥락을 짚어 보면 김대통령은 통일방안이나 통일과정의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현시점이, 아무리 장래의 일임을 가정하더라도, 그처럼 국민투표를 거론할 때인지 의문이다. 남북한관계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남북한이 우선 화해와 협력으로 평화를 정착시킨 뒤 통일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6·15남북공동성명에 예상치도 않았던 통일방안이 명기되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며 그 진의가 뭔지 의아해했던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최근 연방제 통일 방안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측은 6일 “김일성(金日成)주석이 91년 신년사에서 연방제 통일방안을 점차적으로 완성하는 방안을 천명했다”면서 그 방안이 결국 ‘낮은 형태의 연방제안’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도 최근 같은 내용을 실었다. 이같은 연방제 주장은 아무리 북한의 ‘내부용’이라 해도 김대통령이 말한 ‘북한의 연방제 포기론’과는 상치되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통일문제를 둘러싼 불신과 불안감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김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김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민투표가 어떤 성격의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노동당창건 55주년 행사 참석 결정과정 등에서 드러났듯이 정부는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만 다니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김대통령의 ‘국민투표’발언에 특별히 시선이 가는 이유도 통일문제까지 그런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걱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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