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 음악뒤집기]어쿠스틱 사운드에 대한 향수 담은 '스위트피'

  • 입력 2000년 10월 9일 10시 36분


록음악에 대한 편견 가운데 하나는 '시끄러운 음악'이라는 것이다. 빠른 기타 연주에 찢어지는 쇳소리 보컬이 록음악이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록음악의 산 역사라고 할만한 비틀즈의 음악을 한 번 생각해보자. 언제 비틀즈의 음악이 그렇게 들렸는지...

록음악은 긴 머리를 휘날리는 헤드뱅잉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 등의 악기로 연주되는 자유로움이 바로 록음악이다. 록음악에는 사랑도 있고, 여행도 있고, 추억도 있는 것이다.

거칠고 강건한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밴드 가운데 소프트한 음악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가고 있는 '델리스파이스'의 음악은 독특하다. 누구도 쉽게 연주하지 않았던 사운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위트피'(Sweetpea) 앨범은 '델리 스파이스'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 김민규가 내놓은 작품인데 '델리 스파이스'와는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진 그의 개인적인 음악 작업이다.

자신의 통신 아이디를 따서 붙인 스위트피 앨범은 지난해 처음 발표한 '달에서의 9년'처럼 어쿠스틱 사운드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일렉트릭 사운드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담백함과 솔직함이 스위트피 앨범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이런 솔직함은 세상사에 쉽게 상처받고 갈등하는 사춘기의 감성을 통해 음악으로 이야기된다. 일기장에 일상의 감정을 여과 없이 써 내려가는 글이 유치하지만 지나고 보면 솔직한 자신의 모습인 것처럼 스위트피의 앨범이 그렇다.

그래서 악기 사용이나 곡 진행도 단촐하고 명료하다. 앨범 첫 곡인 '유기'와 'Interlude'의 전기 기타 사운드를 제외하면 앨범 전체는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계속된다. 아르페지오, 쓰리 핑거 주법의 어쿠스틱 기타의 잔잔함과 편안함에 더해진 피아노, 첼로, 플룻 등의 소리는 단아한 동양의 여백을 느끼게 한다.

이런 느낌은 짧은 곡의 길이와 질질 끌지 않는 후렴구로 배가되며, '복고풍 로맨스'나 'Moonrise' 같은 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김민규가 델리 스파이스의 음악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고독하고 암울한 가사 쓰기 역시 '유기'와 '어디가니'에서 나타난다.

삶의 일상에 나타나는 솔직함과 어쿠스틱 사운드에 대한 갈망이 함께 담긴 스위트피의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은 혹 현실에 칭얼대고 싶은 우리들 내면의 솔직한 고백일지도 모르겠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at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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