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만난 사람]사상 첫 경보 2관왕 '코르제니오프스키'

입력 2000-09-29 18:56수정 2009-09-2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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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잘 걷는 사나이’.

로베르트 코르제니오프스키(32·폴란드)가 시드니올림픽 육상 경보 남자 20km 우승에 이어 29일 열린 50km에서도 3시간42분22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경보 사상 첫 두 종목 동시 석권이란 대기록을 수립했다.

50km만 따지면 96애틀랜타올림픽에 이어 2연패.

경보는 달리기나 마라톤과 달리 한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기 전에 다른 발이 지면에 닿아야 할 뿐만 아니라 몸을 지탱하는 한쪽 다리는 반드시 곧게 펴져 있어야 하는등 조건이 까다로운 종목.규칙을 3번 위반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실격처리된다.

하지만 기록경쟁에 쫓기는 선수들은 달리고 싶은 끊임없는 유혹에서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또한 경보다.오죽하면 60―70년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역임한 에버리 브린디지(미국)는 “어린아이를 낳는 것과 비슷한 고통을 느끼는 경기”라고 했을까.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시드니올림픽 경보에서도 최후의 순간까지 규칙을 위반하지 않은 선수에게 우승의 영광이 돌아갔다.

코르제니오프스키가 두 종목을 모두 석권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마지막 순간까지 실격당하지 않으며 걷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코르제니오프스키의 선수생활은 실격을 둘러싼 ‘영광과 좌절이 끊임없이 교차되는 수레바퀴’와 같았다.

80년대 후반부터 경보선수로 두각을 나타낸 코르제니오프스키는 처음 출전했던 92바르셀로나올림픽 50km경보에서 2위로 스타디움에 들어서며 은메달을 확보했다고 생각했지만 결승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3번째 경고를 받으며 실격돼 졸지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좌절을 맛봤다.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해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실격당해 아예 기록조차 남기지 못한 것.

다행히 95세계선수권 금메달에 이어 96애틀랜타올림픽까지 우승하며 경보 세계 1인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99세계선수권에서 또 다시 실격당하고 말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코르제니오프스키가 스스로 다짐했던 것도 “경고를 받지 말자”는 것이었다.

결국 이런 자기암시가 효과를 발휘했는지 22일 열린 20km에서 막판까지 베르나르도 세구라(멕시코)에 1초차로 뒤지는 접전을 펼쳤으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세구라가 막판에 3번째 경고를 맞고 자멸하는 바람에 금메달을 챙길 수 있었고 56명의 출전선수중 8명이 실격한 50km까지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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