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농구]1만여마일 날아가 '약속' 지킨 美 모닝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57분


시드니올림픽 미국 남자농구대표인 ‘드림팀’의 센터 알론조 모닝(30·2m8·사진).

그는 지난주 예선 3게임을 뛰고 나서 미국 마이애미 집으로 돌아갔다. 아내가 출산할 때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곁에 있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시드니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9330마일을 날아간 뒤 다시 NBA(미국프로농구) 마이애미 히트 구단의 전세기를 갈아타는 힘든 여정. 출산예정시간 17분전에 겨우 병원에 도착,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었다. 3.5㎏의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의 이름은 이번 올림픽에서 따온 ‘미카 시드니’.

첫 아들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 딸을 얻은 모닝은 세상 부러울 게 없어 보였다. “솔직히 올림픽으로 돌아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아내가 오히려 금메달을 따오라며 등을 떠밀더군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다시 돌린 모닝은 25일 밤 팀에 합류, 훈련을 재개했다. 개인 사정을 봐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시차도 잊은 채 평소보다 많은 땀을 쏟았다. 미국은 예선을 5전 전승으로 마무리했어도 경기 내용이 나빴고 예상 밖으로 고전하는 등 예전 드림팀 같지 않다는 눈총을 받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팀내 유일한 정통센터인 모닝의 가세로 ‘지면 탈락’인 결승 토너먼트에서는 무적함대의 위용을 되찾겠다는 각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미국은 28일 껄끄러운 상대인 러시아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올림픽에서 미국은 72뮌헨대회 결승과 88서울대회 준결승에서 구소련에게 패한 악연이 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전력이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 승부의 열쇠가 되는 골밑을 책임진 모닝의 어깨는 이래저래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모닝은 막내딸 ‘시드니’의 가녀린 목에 큼지막한 시드니올림픽 금메달을 걸어줄 수 있을까.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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