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만난사람]호주의 새 희망 그리고리예바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56분


‘지는 별이 있으면 뜨는 별도 있는 법’.

새 천년 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인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여자 인간새’ 엠마 조지(26)는 ‘지는 별’이었고 ‘필드의 모델’ 타타냐 그리고리예바(25·이상 호주)는 ‘뜨는 별’이었다.

25일 열린 결승. 그리고리예바가 5㎝차로 아깝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스타디움오스트리아를 찾은 11만여 관중들은 그에게 아낌없는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뛰어난 미모에 세계기록을 16번이나 갈아치운 ‘호주의 연인’ 조지가 예선에서 탈락해 실망하고 있던 홈팬들에게는 자존심을 세워주는 쾌거였다.

게다가 그리고리예바는 영화배우 뺨칠 정도의 미모를 갖추고 있었다. 1m78의 늘씬한 키에 푸른색 눈, 그리고 금발. 조지가 받아오던 사랑을 독차지하기에 충분한 호주의 ‘새희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리예바는 경기가 끝난뒤 “열렬히 응원한 홈팬들에게 감사한다. 내가 호주를 대표해 뛰었다는게 자랑스럽다”라고 답례했다.

그의 전력은 재밌다. 1975년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96년까지 400m허들선수였다.

하지만 주니어시절 만난 장대높이뛰기선수출신 남편 빅토르 키스치아코프와 함께 ‘사랑의 새 보금자리’로 선택한 호주로 97년 건너오면서 종목을 바꿨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호주로 건너온 남편과 그 친구인 드미트리 말코프가 모두 장대높이뛰기를 하고 있어 같이 훈련하기 위해서’라고.

조지의 연습상대였던 그리고리예바는 98년 굿윌게임에서 4m35로 2위를 하면서 가능성을 보였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대회는 같은종목에 출전한 유일한 부부선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올림픽 시작전 ‘블랙앤 화이트’란 잡지에 남편과 함께 반나체로 등장해 관심을 끌기고 하는 등 몸매와 미모 때문에 각종 표지에 등장하는 등 모델로도 맹활약하고 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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