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대선후보 '큰 잘못'부터 밝혀내자

입력 2000-09-24 19:00수정 2009-09-22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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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최근 일련의 공개 유세를 통해 예산 흑자의 4분의 1만큼 세금을 감면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최근 본란에서 주장한 것처럼 이는 타당하지 않은 얘기다.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사람에게 처방되는 비싼 약이 동물에게 처방될 때는 약값이 3분의 1로 떨어진다고 주장했다가 부시 캠프로부터 호된 공격을 받았다. 고어 후보가 계산을 잘못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이 두 가지 사례는 모두 계산 착오에서 나온 얘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고어 후보는 계산상의 잘못을 저질렀지만 제약회사들이 가격 차별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논지는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주장하는 세금 감면 부분을 예산 흑자로 충당할 수 있다는 부시 후보의 얘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

또 고어 후보는 자신의 계산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고 더 이상 약값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부시 후보는 자신의 캠프에서 내놓은 수치와도 다른 세금 감면과 예산 흑자 얘기를 계속 하고 있다.

고어 후보는 자신의 얘기를 더 그럴 듯하게 들리도록 과장하는 버릇이 있다. 고어 후보의 과장된 얘기는 이따금씩 황당한 경우도 있지만 다른 정치인들에 비하면 심한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부시 캠프는 고어 후보의 실수를 이용해 그를 깎아내리려 하는 것일까. 세금 감면과 예산 흑자에 관한 부시 후보의 잘못된 주장이 그의 정직성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일까.

부시 캠프의 전략가들은 유권자들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큰 수치에 대해서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유권자들이 그런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큰 그림보다는 소소한 얘깃거리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게 인간 본성이다.

그러나 유권자들과 언론은 조그만 실수는 비난받고 큰 잘못은 무시되는 이런 경향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를 ‘국민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대결’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각 후보에게 정말로 중요한 큰 수치들을 제대로 밝히도록 요구해야만 한다.

<정리〓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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