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美대선 '비축유 방출' 쟁점화

  • 입력 2000년 9월 22일 18시 58분


과연 미국은 유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전략비축유(SPR) 방출 카드를 끄집어낼 것인가.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이 문제가 대통령 선거전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빌 리처드슨 미 에너지부 장관은 21일 하원 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SPR 방출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발표는 22일(한국시간 23일) 있을 예정.

이에 앞서 민주당의 앨 고어 대통령후보는 이날 메릴랜드주의 한 난방유 배급회사를 방문하고 기름값을 낮출 수 있도록 SPR 방출을 촉구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현재 5억7100만 배럴 정도가 비축된 SPR에서 수차례에 걸쳐 500만 배럴씩을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방출하는 한편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비용 지원과 난방유 배급 회사의 재고비축 지원을 위한 세금공제 등을 제안했다.

그는 또 “거대 석유회사들은 폭리를 취하려 하지 말아야 하며 이번 대선에서는 석유회사의 이익에 맞서 싸울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말해 석유회사 출신인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후보와 딕 체니 부통령후보를 압박했다.

이에 부시 후보는 고어 후보와 백악관이 정치적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하고 “SPR는 국가안보를 위해 쓰여야지 단기적인 정치적 목적에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산유국에 증산 압력을 가하고 석유자원을 개발할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백악관의 제이크 시워트 대변인은 “고어 후보의 제안은 클린턴 대통령이 갖고 있는 몇가지 옵션에 포함돼 있으며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SPR는 70년대 중반부터 비축됐으며 91년 걸프전쟁 때 딱 한차례 방출된 적이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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