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성미전자 유완영사장"IMT2000표준선정은 업체자율로"

  • 입력 2000년 9월 14일 17시 26분


"동기건 비동기건 정부가 IMT-2000표준선정을 너무 서두르고 있습니다. 외국업체들과의 로열티협상을 생각해서라도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표준을 결정하는 모양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무선기지국 및 중계기 관련 국내 최고기술을 갖추고 있는 성미전자 유완영(柳完英)사장(56)은 최근 정보통신업계 최대 이슈인 IMT-2000기술표준선정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정부가 미리 동기업체 비동기업체를 사실상 지정해 놓으면 관련 업체들은 에릭슨 퀄컴사 같은 원천기술을 가진 외국업체들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것.

유사장은 그래서 전략적으로라도 정부가 아닌 이동통신업체들이 기술표준을 자율적으로 선정한 다음 통상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조절해주는 모양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성미전자는 비동기 관련 장비업체인 만큼 최소한 2개 이상의 업체가 비동기식을 채택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유사장은 "최근 일부 제조업체가 동기식 시장이 향후 전세계시장의 50%를 차지할 것이라는 자료를 낸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최대의 동기식 시장으로 알려진 중국마저도 최대업체인 차이나모바일이 비동기식을 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성미전자는 올 상반기 매출 1760억원, 순이익 243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11%, 1054%라는 놀라운 성장세다. 유사장은 올 하반기에도 성장세가 계속돼 매출은 적어도 연 3700억원,순이익은 376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성미전자의 주가와 관련 유사장은 "1만원 조금 넘는 현재 주가는 실적에 비해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회사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경영자가 스스로 평가하기에는 연말까지 적어도 2만원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유사장은 성미전자에서 유일하게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는 임원으로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1만5663원. 외부 여건이 아닌 회사의 실질가치만으로 이 정도의 가격은 충분히 넘어선다는 게 유사장의 평가다.

유사장은 또 회사 이미지개선을 위해 조만간 회사이름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사장은 "이미 몇 개를 뽑아놓고 최종 선정만을 남겨놓고 있다"며 "이름은 글로벌마케팅을 생각해서라도 외국인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이름으로 정하되 SK나 LG처럼 이니셜을 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장은 "기술업체에서 기술자가 생명인데 사람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본사를 서울이나 신도시 등으로 옮기려는 것도 인력수급이 큰 이유 중 하나다"고 밝혔다.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유사장은 단말기와는 달리 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당분간 중국시장공략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성미전자는 지난 6월 제2의 성미전자를 창립한다는 기치아래 중국 상해에 합작회사인 상해성미전자통신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유사장은 "올 연말까지 수십억원대의 CDMA중계기를 납품하기로 했고 전송장비를 수출해달라고 요구하는 데도 몇 군데 있어 출발은 아주 좋은 편이다. 앞으로 중국시장이 통신장비관련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미국 벨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전자통신 책임연구원, 한국통신 사업개발단장, LG그룹 전무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성미전자 사장으로 영입됐다.

김광현<동아닷컴 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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