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규민/MS신화 4반세기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58분


미국의 전체인구 2억7000만명이 동전을 스무번씩 던져 모두 앞면이 나올 경우 억만장자가 된다면 그에 해당하는 사람 수는 270명이 된다고 한다. 억만장자가 될 확률은 스무번의 선택에서 항상 이기는 쪽이 걸리는 기적 같은 게임의 승률과 같은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어려운 확률의 억만장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큰 부자는 단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다. 75년 열아홉 나이에 단돈 1500달러로 시작한 사업은 이제 우리나라 상장주식 전체를 두번 반이나 살 수 있는 규모로 불었다. 엊그제 25돌을 맞은 MS사의 성장과정은 그래서 그 자체가 하나의 신화적 성공담으로 여겨진다.

▷MS사가 처음부터 순탄하게 고성장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당시 컴퓨터업계는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가 주도했기 때문에 개업 초반은 고전의 나날이었다. 그러나 81년 IBM이 빌 게이츠의 손을 잡아 MSDOS 소프트웨어를 선택하면서 이 회사는 도약의 날개를 달았고 90년 윈도 프로그램을 등장시키면서 빌은 세계 최대의 거부로 등극하게 됐다. 지금도 IBM호환기종의 컴퓨터가 생산될 때마다 여기에 깔린 프로그램의 로열티는 꼬박꼬박 ‘생각의 속도(그의 저서명)’로 이 회사의 금고에 들어간다.

▷그러나 MS사처럼 적이 많은 기업도 드물다. 전세계 컴퓨터 운용시스템의 70%를 장악하다 보니 늘 독과점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급기야 6월에는 시장에서의 불공정한 행위를 이유로 워싱턴연방지법이 회사분할을 명령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당시 재판과정에서 넷스케이프, 인텔, 컴팩 등 기라성 같은 기업의 경영자들이 법정에 나가 MS에 불리한 증언을 했다.

▷그런데도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76%가 빌 게이츠를 가장 창조적이고 재산의 사회환원에도 가장 적극적인 인물로 꼽고 있다. 그는 이미 번 돈의 30%를 사회에 환원했으며 나이 50이 넘으면 전재산을 들여 주요 공립도서관의 자료를 모두 디지털화하기로 선언했다. 그 때쯤 되면 미국인의 지적 수준이 한 단계 더 오르게 된다니 진정한 MS의 신화는 그 때가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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