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관료사회는 도쿄(東京)대가 지배하고 있다. 약력이 소개될 정도의 관료는 대부분 도쿄대 출신이다. 도쿄대가 일본을 움직인다는 말이 터무니없는 과장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도쿄대 망국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적응하지도 못하면서 높은 자리만 지키고 있어 오히려 국가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다. 기업총수들도 “고도성장사회에서는 도쿄대 출신의 조직적인 리더십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짐이 된다”고 불평을 털어놓는다.
그런 가운데 3일 전현직 도쿄대 교수 70명이 참석해 개최한 정년연장 반대 심포지엄이 관심을 끈다.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도쿄대총장이 최근 “60세가 넘는 인재를 활용해야 한다”며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이들을 모이게 한 계기였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정년연장은 대학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젊은이의 등용을 방해한다”며 반대했다. 젊은 후진을 위해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재취업이 어려우니까 일단 연금을 받을 수 있는 65세까지 학교에 남아있으려는 것이 정년연장론의 속내라고 꼬집기도 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내놓기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런데 정년연장에 반대하는 도쿄대 교수들은 대학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도쿄대교수’라는 ‘최고지위’를 포기하려고 한다.
물론 도쿄대 내에서도 이런 주장은 아직 소수파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 덕을 볼 수 있는 이들이 정년연장에 반대하는 자세는 높이살 만하다.
심규선<도쿄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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