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US오픈]이형택 16강 진출 무얼 남겼나

  • 입력 2000년 9월 3일 18시 36분


이형택의 메이저 16강 진출은 100년 묵은 한국 테니스의 체증을 후련하게 풀어 준 쾌거.

그동안 한국 테니스는 국제 무대와는 거리가 멀었고 국내용이라는 혹평까지 들어야 했다. 박성희 전미라 등 여자 선수들이 잠깐씩 명함을 내밀었으나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남자는 그마저도 없었다. 김봉수와 윤용일의 메이저 1회전 출전이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형택은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4회전에 오르며 전세계의 주목까지 받고 있다. 한국 선수로는 81년 이덕희 이후 두 번째지만 이형택의 선전은 기적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여자 테니스는 선수층이 얇으며 80년대 초반에는 서구인에게 적합한 파워 테니스가 지배하는 시절이 아니어서 동양권 선수들도 얼마든지 통했다는 것. 그러나 남자는 100위권 안에 들어가는 프로의 경우 기량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고 체격 조건에 밀려 특히 서브의 강도가 떨어지기 때문. 최근 동양권 선수 가운데는 마쓰오카(일본)의 윔블던 8강 진출이 그나마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성적일 정도다.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골프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동양권 스타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과 달리 테니스에서는 전무한 실정.

이형택이 세운 이정표는 박찬호의 미국 메이저리그 승리는 물론 박세리의 미국LPGA투어 메이저 우승을 뛰어넘는 값진 결실로 평가되고 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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