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아홉수'에 무너지는 선수들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53분


야구경기에서도 ‘아홉수’라는 게 있다.

기록을 눈앞에 두고 딱 한 개만 채우면 되는데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해 번번이 무너지는 ‘징크스’라고나 할까.

여기에는 심리적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기록을 의식하다 보면 몸이 굳어지게 되고 정신적으로도 피곤할 수밖에 없다.

‘아홉수’에는 아무리 대선수라도 예외가 없다. 지난해 이승엽도 42홈런을 친 뒤 국내 프로야구 신기록인 43홈런을 칠 때까지 9일이나 걸렸다.

올 시즌도 역시 이 ‘아홉수 병’에 걸린 선수들이 많다.

최근엔 두산의 외국인 투수 파머가 대표적인 예. 그는 6월21일 잠실 한화전에서 9승째를 거둔 뒤 10경기째 선발등판해 단 1승도 못 올리고 있다. 잘 던지면 타선이 안 터지고, 방망이가 받쳐주면 스스로 무너지고….

29일에도 8개 구단 꼴찌팀인 SK를 10승의 ‘제물’로 삼으려고 단단히 나섰지만 4와 3분의 1이닝 동안 6안타 7실점(4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9승 후 10경기 동안 4연패.

한화 송지만은 ‘20(홈런)―20(클럽)’ 가입에 속을 썩이고 있다. 홈런은 벌써 31개나 쳐냈지만 19일 이후 도루 하나를 추가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하지만 홈런과 달리 도루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시도할 수 있는 기록이라 조만간 달성이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해태 이호성은 반대로 홈런이 하나 부족하다. 지난해까지 프로 10년간 통산 93홈런을 때려낸 그는 올해 대망의 100홈런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99홈런에서 ‘스톱’ 중이다. 8월5일 대구 삼성전 이후 16경기에서 홈런포가 식은 것이다.

“안 풀리네” 하는 생각이 들수록 플레이가 꼬이는 게 바로 야구. ‘아홉수 병’에 걸린 선수들은 ‘푸닥거리’라도 한번 해서 이 지긋지긋한 수렁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 같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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