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agazine]스티븐킹…마약보다 강한 중독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4분


스티븐 킹은 글 쓰기에 중독돼 있다. 그것은 글 쓰기를 좋아한다든가 사랑한다는 문제가 아니다. 그는 오래 전 코카인과 맥주에 중독돼 있었던 것처럼 글 쓰기에 중독돼 있다.

만약 그가 글 쓰기를 직업으로 삼을 수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나는 아마 죽어버렸을 것이다. 죽도록 술을 마시거나, 죽을 때까지 약을 먹거나, 자살을 하거나, 어쨌든 무슨 짓이라도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1999년 6월에 그는 거의 죽을 뻔했다. 가족들과 함께 메인주 서부에 있는 호숫가의 집에서 머물면서 매일 습관대로 산책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가 걷고 있던 길은 고속도로 옆의 급격한 경사로였는데 푸른색 승합차 한 대가 갑자기 언덕 위로 올라오더니 그를 들이받아 버렸다. 덤불 속으로 떨어진 그는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무릎은 옆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오른쪽 다리뼈가 바지를 뚫고 나와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폐 한쪽이 기능을 상실해버렸다.

그는 이 모든 일을 몽롱한 상태에서 경험했다. 사고의 와중에 안경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시야도 흐릿했다. 그의 안경은 어찌된 영문인지 그를 친 승합차의 앞좌석에 떨어져 있었다. 승합차 운전자는 처음에는 자신이 작은 사슴을 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그 안경을 보고서야 자신의 차에 부딪힌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로부터 5주 후에 그는 다시 글 쓰기를 시작했다. 그 때 그는 자신이 목숨을 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시 걸을 수 있게 될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의 아내인 타비타는 집의 후미진 복도에 임시로 쓸 수 있는 책상을 마련해 주었다. 그 책상은 그에게 옛날 가난한 시절에 기거하던 트레일러 안의 세탁실을 생각나게 했다. 그 때 그는 세탁실에서 소설 ‘캐리’를 쓰면서 생계를 위해 모텔의 시트를 세탁했고 그의 아내는 던킨 도넛을 팔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글 쓰기에 빠져 있었다. 10대 소년일 때 로저 코먼의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이틀만에 영화의 내용을 소설화한 작품을 완성하곤 했다. 그리고 그 소설을 등사판으로 인쇄한 다음 한 부에 25센트씩을 받고 학교 친구들에게 팔았다. 대학 2학년이 되었을 때 그의 서랍 속에는 이미 완성된 소설이 5편이나 들어있었다. 이 때의 놀라운 창작열은 지금까지도 그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에 이 때 써놓았던 소설 중 ‘식물’이라는 작품을 꺼내 자신이 직접 인터넷을 통해 배포함으로써 전 세계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는 옛날의 등사판 대신 자신의 웹사이트(www.stephenking.com)를 통해 ‘식물’을 배포하면서 옛날처럼 한 부에 25센트가 아니라 한 번 게재되는 분량에 대해 1달러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소설을 다운받은 사람들의 75%가 돈을 지불했을 때에만 다음 편을 게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렇게 썼다. “내 친구들이여, 대형 출판사들에 최악의 악몽을 안겨줄 기회가 왔습니다.”

사실 ‘식물’이라는 소설의 내용 자체도 한 작가가 자신의 원고를 거절한 출판사에 ‘식인식물’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 출판사들은 그의 도전에 대해 애써 태연한 척 했다. 킹의 소설 출판을 맡고 있는 스크리브너 출판사의 수전 몰도는 “나는 특별한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고, 킹의 에이전트인 모트 잰클로는 기자들에게 “그는 메인주에 앉아서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회사를 경영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식물’은 성공을 거뒀다. 킹은 이 소설이 인터넷을 통해 발표된 다음 날 전자우편 메시지를 통해 “나는 다운을 실적에 만족했다. 어제 오후 4시 현재 약 4만명이 다운로드를 받았다. 우리는 전체적인 요금 지불률이 88%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로 인한 상처에서 회복돼 일을 다시 시작한지 1년 만에 엄청난 양의 일을 해냈다. 작가 지망생들에게 주는 직접적인 조언과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글 쓰기에 관하여’의 후반부를 완성했고, ‘식물’에 앞서 인터넷을 통해 발표된 소품 ‘총알에 타기’를 썼으며, ABC의 6시간 짜리 미니시리즈 대본을 상당부분 썼고, 900쪽 짜리 소설 ‘꿈을 잡는 사람’을 완성했다.

그는 문학적인 소설가로서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는 문단이 오래 전부터 대중소설에 대해 오해를 갖고 있어서 그의 책이 수백만 권이나 팔려나갔다는 것 때문에 독자들은 그의 소설에 진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그의 소설들에 대한 비평이 좀 더 진지해졌으며, 1996년에는 너새니얼 호손과 같은 분위기의 단편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나이’로 오 헨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 상을 받게 된 것을 매우 기뻐했지만 “마치 내가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는 사기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곧 은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자신의 꾀 주머니가 거의 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은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작가들에 대한 그의 경쟁심과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는 요즘 사고 때 썼던 안경의 렌즈에 테만 갈아 끼운 것을 쓰고 일을 한다. 왜 그 안경을 지금도 쓰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흔히 아주 연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항상 연약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이 렌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나는 수없이 공격을 당하고 곤경에 빠졌지만 아직도 이렇게 버티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813mag―ki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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