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선관위는 여당 하수인?

  • 입력 2000년 8월 27일 18시 36분


민주당은 당 지도부의 4·13총선 선거비용 축소신고 지시와 검찰수사 및 선거관리위원회 조사 개입 의혹과 관련된 발언파문을 적당히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발언 당사자인 윤철상(尹鐵相)제2사무부총장의 사퇴와 서영훈(徐英勳)대표의 유감 표명 정도로 수습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번 파문은 집권 여당의 도덕성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다. 의혹을 명백히 밝히고 그에 따른 엄정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현 정권의 집권 후반기는 ‘도덕적 레임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발언이 문제가 되자 ‘과장된 발언’이니 ‘말 실수’라며 어물어물하거나 군색한 해명에 매달리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의혹을 부채질할 뿐이다. 무엇보다 발언 내용을 보면 과장이나 실수로 보기에는 너무 구체적이다.

“제3의 정보를 입수, 우리가 대책을 마련해 기소돼야 하는데 기소 안된 사람이 열 손가락을 넘는다” “법정 선거비용 절반만 신고하라고 교육시켰다” “지구당 회계책임자에 대해 전체 교육뿐만 아니라 광역별 교육까지 했다”는 등등의 발언이 단순한 과장이나 실수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인가.

이들 발언을 보면 집권당의 사무부총장은 선거부정을 지시 또는 교사했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기소돼야 할 사람을 기소 안되게 했다면’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하는 검찰과 선관위의 고유권한을 침해 또는 훼손한 것이다.

의혹은 사무부총장의 발언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는 “나도 선관위 검찰과 계속 연락하면서 ‘부탁드린 일은 이렇게 저렇게 처리해 나갑시다’라고 했다”고 발언했다. 선관위와 검찰측은 민주당과의 협의 조정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 의혹이 풀릴 수 없다.

따라서 민주당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우선 해야 할 일은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다. 그런 뒤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벌 받아야 할 사람은 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당장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의혹을 푸는 데 필요하다면 야당의 요구라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안의 경우 무조건 정치공세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발언파문 의혹은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당이 살고 선관위와 검찰도 산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덮으려 해서는 앞으로 정부 여당이 어떤 개혁을 외쳐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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