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 무기 퍼플 스톰을 탈취하려던 캄보디아 좌익 테러리스트 집단의 전사 토드(다니엘 우)는 작전 도중 머리를 다쳐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홍콩의 테러진압 경찰 ATF의 마립(저우화지엔·周華健)은 심리학자 닥터 콴(조안 첸)의 도움을 빌어 토드가 테러리스트 집단에 위장 잠입한 홍콩 정보요원이었다고 세뇌시킨 뒤 그를 테러리스트 집단에 돌려보낸다. 스스로를 홍콩 정보요원으로 여기며 테러리스트 집단에 돌아온 그는 과거의 흔적들을 차츰 기억해내며 혼란에 빠진다.
기억을 모두 되찾은 토드가 끝까지 되살려내지 못한 것은 증오의 감정이다. 그는 “내가 속았다는 건 알겠지만 우리 혁명의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다”며 괴로워 하고, 증오로 똘똘 뭉친 이전 동료들에게 동화되지 못한 채 갈등한다.
토드에 대한 세뇌과정이나 등장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파장이 빈약하게 묘사됐지만 토드의 고통과 마지막 선택은 비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분단 현실이 비극적 멜로를 낳은 ‘쉬리’보단 못해도, 아무 생각 없는 요즘 홍콩 액션영화들 중에선 돋보인다. 보라색 폭풍이 번지는 마지막 장면의 특수효과가 너무 엉성해 감정을 깨는 것이 흠. 감독은 ‘신투첩영’을 만들었던 천더썬(陳德森). 15세이상 관람가. 26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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