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전대열/월드컵기간에 지방선거 안된다

2002년 월드컵대회는 한마디로 전 세계의 축제다. 일본과 공동 주최하는 것이지만 한반도에서 월드컵대회가 열리고 북한에서도 경기가 열릴 가능성이 있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02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가 두 번 있다. 4대 지방자치선거(광역 및 기초 의원과 단체장)와 대통령 선거가 그것이다. 문제는 월드컵대회가 5월 31일 개막하는데 지방 선거일이 6월 13일이라는 점이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제34조 제1항에는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는 그 임기만료 전 30일 이후 첫번째 목요일에 실시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선거일은 2002년 6월 6일에 해당하지만 이 날이 현충일로 공휴일이어서 제2항에 따라 1주일 뒤인 6월 13일 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선거 공고와 함께 월드컵대회가 개막되고 선거일은 월드컵 일정상 준결승전과 겹칠 가능성이 크다. 겹치지 않는다고 해도 세계가 지켜보는 월드컵대회를 유치한 나라에서 손님 불러다 놓고 선거를 치른다면 과연 축제다운 축제가 되겠는가.

4대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후보와 선거운동원을 합쳐서 20만명 정도가 직접 선거에 참여하고 그 가족과 유관단체의 움직임 등 지방선거의 직접적 영향은 엄청나게 크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서 심혈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월드컵대회와 겹쳐서 선거를 치른다면 국민의 관심은 선거보다는 월드컵대회로 몰릴 게 뻔하다.

월드컵대회 기간에는 전국 10대 개최도시에서 자가용차 2부제 또는 5부제 운행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판이다. 과연 선거용 차량도 이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세계 각국 사람들이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에 몰려올 텐데 길거리에서 목메어 외치는 후보들의 열변만 듣고 돌아가게 할 것인가.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2002년 월드컵대회와 지방선거는 양립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정치 일정은 예견이 가능하도록 투명하게 짜여져야 한다는 선거법 취지에 맞게 여야는 2002년에 가서 당황하지 말고 미리 협의해 2002년 지방선거일을 미리 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