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무차입경영 7개사 '실적도 탄탄'

  • 입력 2000년 8월 17일 19시 28분


‘정부와 재벌이 부채비율 200%를 놓고 왜 싸우는지 이해가 안된다.’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올 상반기 금융비용 지출이 전혀 없는 제일기획 남양유업 등 7개 ‘무차입 경영’ 기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기업은 매출액 경상이익 순이익 등 각종 경영실적면에서 상장기업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당장 편한 생각에 외부자금을 무리하게 빌려 쓰지 않고 알차게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수익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교훈이 입증된 것.

▽상반기 실적 돋보인다〓7개 무차입 기업의 상반기 매출액 증가율은 23.1%로 12월 결산 상장기업(은행 제외) 평균 14.6%보다 8.5%포인트나 높다. 영업이익증가율(84.9%)은 상장기업평균보다 2배, 경상이익증가율(53.9%)은 3배 가량 우수하다.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16.7%로 전체평균 4.7%보다 무려 12.0%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사무기기업체인 신도리코는 작년도 실적이 워낙 좋아 상반기 순이익과 경상이익은 20% 가량 감소했다.

동원경제연구소는 “주력제품의 시장지위가 뛰어난 데다 우량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경기확장 국면에서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7개사의 평균부채비율은 59.1%로 상장사 평균 166.9%보다 훨씬 낮다. 특히 무차입경영으로 이자비용은 없는 대신 현금자산이 많아 매출액 대비 영업외수익(이자수입+기타)은 2.0%에 달했다. 전체 상장사 평균은 ―3.9%여서 이자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형편.

특히 은행과 관리종목을 제외한 459개 기업 중 137개사(29.8%)는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했다.

▽실적 개선 지속 전망〓동원경제연구소는 무차입 기업의 실적 개선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99년부터 무차입 경영을 실천했던 남양유업은 유제품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하고 있다. 경비용역업체인 에스원은 현금결제비중이 높아 차입금이 없고 경기회복에 따른 사무실 경비수요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제일기획은 차입금은 없지만 광고대행업의 특성상 매입채무가 많아 부채비율은 높은 편. 그러나 올해 광고취급액수가 벌써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LG애드는 작년 상장시 증자대금으로 현금자산이 풍부하고 우량한 닷컴기업 광고주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이 장점. 이밖에 금융비용부담률(이자비용÷매출액)이 0.5% 미만으로 이자부담이 거의 없는 기업은 비와이씨 세원중공업 성보화학 등 23개사로 조사됐다.

동원경제연구소 황찬 차장은 “앞으로 기업가치가 우수한 개별종목 장세가 전개되면 금융비용부담률과 부채비율이 낮은 회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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