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of the week]무한한 가능성이 살아 숨쉬는 체리필터

  • 입력 2000년 8월 16일 09시 41분


▶ 우리만의 음악으로 승부를 건다.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신인 가수들에게 최고의 찬사다. 그들이 세상 밖으로 쏟아낼 음악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는 뜻이며 그들에게 숨겨진 무한한 잠재력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신인 가수들은 사람들로부터 막강한 지지를 받으며, 어느 누구보다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쏟아져오는 막강한 지지를 잘못 받아들일 경우, 숨겨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꺼내보이지도 못한 채 안타깝게 사장될 수도 있는 위험함 역시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능성이 있는 신인들의 어깨는 최고의 위치를 자리하고 있는 톱 스타보다도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지.

지난 6월에 있었던 델리스파이스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체리필터(조유진, 연윤근, 정우진, 손상혁)의 모습은 가능성과 잠재력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들이 앞으로 보여줄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거칠면서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는 체리필터. 예쁜 이름 뒤에 숨겨진 그들의 음악은 체리의 은은하면서도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맛을 느끼게 했고 사람들에게 체리필터라는 이름을 단번에 기억하게 했다. 아직까지는 '가수'라는 거창한 타이틀보다 '음악이 좋아서 모인 젊은이들'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체리필터. 그들은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하면서도 자유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자신들의 얘기를 이끌어갔다.

Q) 체리필터 인사

체리필터) 안녕하세요. 체리필터입니다.

Q) 체리필터가 생기기까지

우진) 우선 드럼 치는 손상혁군과 베이스 치는 연윤근씨, 윤근씨는 저랑 죽마고우, 상혁군은 대학교 때 음악을 같이 했어요. 저희 셋이 음악을 해보자! 결심을 했는데 보컬이 없는 관계로..여자 보컬을 구하다 100번째로 구한 사람이 여기 있는 조유진입니다.

Q) 채팅으로 만난 조유진

상혁) 멤버를 모집할 때 클럽에 벽보를 붙였어요. 그리고 통신 록 동호회에도 글을 올렸구요. 처음으로 옴니버스 음반제의가 들어왔는데 보컬이 없어서 너무 급했거든요. 채팅에서 조유진씨를 만나게 되었고 그러다 200여명의 오디션을 보고 유진씨가 우리 팀으로 들어왔죠.

Q) 조유진을 본 첫 느낌

우진) 무서웠어요...(웃음)

윤근) 처음에 만났을 때, 자기 장학금 받은 것 얘기하고 그러더라구요…공부 잘 하니까 같이 하면 편하고…실제로 유용해요..

Q) 남자 멤버들을 만난 조유진의 느낌

유진) 되게 웃겼어요. 음악을 해 볼 생각도 안 했거든요..그냥 노래 한 번 해보고 싶은데 같이 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봤는데.. 상혁이 오빠는 공익근무요원이었고, 우진이 오빠는 도인..긴 머리를 휘날리는..윤근이 오빠는 도라이몽같았어요. 첫 인상은 놀랍고 재미있었어요.

Q) 체리필터라는 이름을 짓게 된 이유

상혁) 체리필터 이름을 정하기 힘들었어요. 뜻이 없는 단어의 조합으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중요한 건 여자보컬 록밴드라는 이미지가 박히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어를 만들려고...인터뷰를 하다 뜻이 하나 생겨버렸어요. 네 명이 필터가 되어 저희를 거쳐서 나가면 체리향기라는 상큼한 음악이 나온다.

Q) 1집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윤근) 재미있었어요…저희에게 다들 잘 해주셨고, 서로 재미있게 즐겁게 작업을 했어요. 아주 편하게..

상혁) 느낀 게 되게 많아요. 내가 어느 정도 되는지 재보질 못했잖아요. 실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녹음을 통해서..밴드의 색깔을 맞춰가고..

우진) 녹음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아요. 라이브 공연이나 곡을 쓸 때보다 녹음을 할 때는 많은 표현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안되면 다시 하고..라이브는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수채화가 연상이 돼요. 빨리 그리고 지울 수 없는 그림…녹음은 유화를 그리는 느낌이라고 할까…우리 앨범은 잘 나왔다! 남 부끄럽지 않게 잘한 것 같아요.

유진) 음악활동에 있어서 '라이브가 묘미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1년 365일 녹음만 했으면 좋겠거든요…활동하는 것은 살아있는 관객들과 교감을 이뤄야 되는데, 녹음은 우리 넷이 교감이 이뤄진 것을 어떻게 표현을 하느냐..굉장히 마음이 편해요…가장 편하고, 좋은 시간….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자신들의 앨범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100점이라고 말하는 체리필터. 이들의 자신감은 아마도 젊음과 음악을 향한 열정에 근거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의 노래는 듣는 이들의 귀를 뻥 뚫어 놓을 것 같이 화끈하고, 그들의 뜨거운 열정 또한 가슴에서 가슴으로 그 기운이 전달되기도 한다. 그들 음악의 강하고 뜨거운 기운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 일까?

Q) 다른 밴드와 비교해 체리필터의 음악은 강한 파워를 지닌 것 같은데

우진) 젊으니까..다른 밴드보다 어리니까!

윤근) 다른 밴드와 비교하는 것은 우습구요..저희 음반 들어보시면 다양한 장르가 들어있는데…저희 밴드 색깔이 원래 그런 거에요.

상혁) 강하다, 약하다를 떠나서 저희의 표현 방식이 그렇게 되었으니까..그런 뉘앙스로 전달되는 것 같거든요…사운드적인 측면에서는 저희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가지고 표현을 한 것이니…그것 모두가 우리의 소리인 것 같아요.

유진) 우리는 미디엄의 톤을 가진 소리를 별로 안 좋아해요. 딱 들었을 때, 일단 귀에 박히는 소리를 좋아해요. 아직 소리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객관적으로 봐도 선호하는 소리가 시원시원한 소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체리필터의 색깔

우진) 선이 굵직굵직한 것 같아요..아기자기한 맛보다는 거칠고 제가 봤을 때는 야생마 같은..벽에다 빨간..핏빛 페인트를 칠한 느낌..강렬한 느낌..

Q) 예쁜 이름과 앨범 자켓 때문에 많은 오해가 있었을 것 같은데.

우진) 사람들이 비주얼 댄스 그룹이라고 오해를 하더라구요..

윤근) 편견에서 나오는 거예요. 사람들이 록을 한다고 하면 머리를 기르고, 욕 많이 하고, 가죽잠바에…지금 홍대씬에 가보면 록밴드가 저희보다 이쁘고 귀여운 소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막상 하는 음악은 다 때려부수고….여러분도 생각을 많이 바꿔주시면 좋겠어요.

우진) 앨범을 내기 전에 언더에서 활동을 많이 했었는데..대중들에게 어필이 어떻게 될 지 몰라도…마케팅 전략..이라고 할까..인디 록밴드다!라는 이미지를 주기 싫어서 …그런데 과대포장이 되었어요..앨범자켓이나 뮤직비디오는 너무 착하게 나와서

체리필터의 홍일점이라고 할 수 있는 조유진은 가녀린 외모와는 달리 강한 파워를 가진 목소리로 사람들의 귀를 현혹시킨다. 마음 속에 답답함과 쌓인 스트레스를 조유진의 목소리 하나로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체리필터 안에서 그녀는 목소리 하나로 팀 색깔을 좌지우지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목소리는 한 번 들으면 절대 머리 속에서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Q) 조유진의 목소리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이 평가하기엔 어떤지

유진) 평가할 순 없구요..제 자신이 노래를 잘 하는구나라고 느낀 적은 별로 없어요. 색깔이 있는..섬세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가지고 싶은데…목소리를 컨트롤하는 능력도 없고..시원시원하다고 말하는 사람, 일생을 악악거리다 내려가는구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나는 이런 스타일로 노래하는구나..라고 규정을 지은 바가 아직 없어서…계속 많이 변하고 다듬어졌으면 좋겠어요..

Q) 다른 멤버들이 보는 조유진의 목소리

우진) 목소리 좋죠..예들 들어서 저희 사운드가 굉장히 큰데 목소리가 선이 굵어서..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는 반주가 그렇게 크면 목소리가 안 들리는데 목소리 질이 뛰어난 사람들은 반주가 어떻든지 선이 하나 나오거든요..그런 면에서 유진이는 건강한 목소리를 타고 난 것 같아요.

윤근) 평가가 아니라 친구로서 말을 얘기하는 건데 태어나길 록 보컬로 태어났어요.

체리필터는 영화음악에 참여하면서 먼저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프란다스의 개'O.S.T에서 들리는 그들의 노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했고, 이후 그들을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영화나 드라마, CF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영화음악을 하면서 너무 짧은 작업 시간에 많은 일들을 해야 했기에 힘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업이 들어올 때마다 어디서 솟는지 모르는 힘으로 그 무지막지한 작업들을 해낸다고.

Q) 영화음악작업을 하면서

상혁) 우리나라 영화음악작업이 빨리 빨리 작업이 되고, 소홀하게 작업이 된다고 느꼈어요. 안 그런 작품도 있겠지만 저희가 했던 작품은 일정이 촉박하게 들어와서 받고서 난감했어요.

윤근)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대종상에서 상을 받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그러는데 우리가 음악을 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아요..곧 개봉하는 '해변으로 가다'라는 영화가 있는데 거기에도 저희 노래가 실려요...

우진) 영화음악을 한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봐요...영화를 하는 분들이 우리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 음악을 좋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Q) 언더와 오버사이

우진) 우리는 언더 때도 인디가 아니라고 그랬고, 지금도 인디가 아니라고 해요. 그렇다고 오버도 아니예요.

윤근) 언더이든지 인디이든지 중요한 것은 밴드잖아요. 저희는 밴드예요. 그거면 됐어요.

우진) 인디와 오버의 개념을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오버밴드는 기획사에서 예쁜 소년, 소녀들을 모아서 유명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아서 춤추면서 하는 밴드를 오버 밴드, 자기들끼리 판을 만들고 노래를 만드는 밴드를 인디밴드 그렇게 알고 있는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추천앨범

유진) 외국 O.S.T를 정말 좋아해요. 매트릭스 O.S.T! 영화는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었는데..O.S.T는 정말 좋았어요.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이라는 영화 O.S.T도 정말 좋아요. 이번에 '미션 임파서블 2'도 뮤지션들이 장난이 아니잖아요.

상혁) 별로 안 유명한 밴드인데요.. My Bloody Valentine. 제가 많이 듣는 장르가 슈게이징이라는 장르인데 그 음악이 노이즈가 심한 가운데 단조로우면서 몽환적인 리듬이거든요...Slowdive..그런 팀들의 음악..그리고 요즘 A-Ha나 Duran Duran신보가 들을 만한 것 같아요.

윤근) 음악을 하면서 남의 노래를 잘 안 들으려고 했어요. 조금씩 영향을 받을까봐..요즘에는 Korn의 'Somebody Someone', 우리나라 밴드 노래를 좋아해요. 쟈니로얄의 '홈리스', 크라잉 넛의 '게릴라성 집중호우'..

Q) 일본진출계획

유진) 11월에 싱글 앨범이 나올 예정이예요. 첫 싱글은 노래가 세 곡 정도고 제가 가서 대표로 활동을 할 것 같아요. 라이브 공연은 다 가서 하고..대중가수로 화려한 데뷔가 아니라 싱글을 먼저 두 장 내고 가능성을 본다는 거..노래도 다 만들어야 되니까 굉장히 힘들어요. 곡 선정은 지금 끝났고, 9월에 녹음을 할 것 같아요.

Q) 2집 앨범 계획

유진) 내년 4월이나 5월!

우진) 제 생각인데요..1집이 어중간 한 것 같아요. 저희 노래를 들으면 말랑말랑 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그런 노래도 몇 곡 있었으면 좋겠고, 아주 강한 것도 있고..

유진) 좀 더 대중적인 색깔도 띠고,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Q) 첫 콘서트 느낌

상혁) 첫 콘서트였는데 클럽 공연과는 확실하게 틀렸어요. 전부 우리들을 보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니까 긴장되고..기분이 너무 좋은거예요..

윤근) 느낌이 없어요..여느 때와 똑같이 공연을 했기 때문에..

Q) 앵콜 콘서트

유진) 8월 16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합니다. 5일 동안! 제가 장담을 하건데 공연 한 번 하고 나면 죽어요. 일어날 수가 없어요..우리가 다 에너지를 발산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솔직히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부담이 되는 공연이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앵콜 공연이니까 저희 그대로를 보여드리도록, 저희와 여러분이 음악을 즐기는..(윤근과 상혁이 이때 자신들이 공연 소개를 멋있게 하겠다고 하면서 자신 있게 앵콜 공연을 소개했다) [동영상]

Q) 앞으로 계획

우진) 저희 계획은 라이브하고..일본 활동하고, 2집 작업하고 영화음악, 드라마 음악 등 작업할 것이 되게 많아요.

상혁) 1집에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그런 점을 잘 다듬어서..실력적으로나 저희가 갖춰야 할 것들을 잘 다듬어서..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께요.

체리필터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속담이 생각났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아직은 파릇파릇한 어린 새싹이지만 그들의 잎파리에는 생기가 돌고 있었고, 앞으로 아주 멋진 한 그루의 나무로 커나가 갈 것임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이 앞으로 거목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그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눈빛과 전폭적인 사랑, 그리고 그들이 잘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 체리필터! 그들의 창창한 앞날에 언제나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송수연 love41@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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