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正日위원장 발언의 속뜻?

  • 입력 2000년 8월 14일 19시 18분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방북 언론사대표들과 나눈 얘기 내용은 상당히 전진적이면서도 파격적이다. 전반적으로 ‘6·15남북공동선언’의 실천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김위원장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도 이번 8·15와 같은 이산가족교환방문 행사를 9월 10월에 한차례씩 더 갖고 내년에는 고향집에까지 갈 수 있게 한다는 김위원장의 발언은 이산가족들에게 큰 기대를 갖게 할 것이다. 오늘부터 4일 동안 계속되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산가족들에게는 큰 위안이 될 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산가족문제는 거듭 얘기하지만 무엇보다도 생사확인과 서신왕래, 그리고 면회소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일방의 결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북한의 협의를 통해 현실적이고도 체계적인 방안을 강구,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위원장의 남북한 교차관광이나 직항로 개설, 노동당 규약 개정, 경의선 복원 문제 등에 대한 견해 역시 ‘너무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획기적이고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김위원장이 3차 남북한 장관급회담에서부터 현안을 본격적으로 다뤄나가도록 하겠다고 한 것도 우리가 요구했던 장관급회담의 상설화 정례화를 의미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서울 답방에 대해서도 김위원장은 굳이 날짜는 약속하지 않았으나 여전히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나 김위원장의 발언 중에는 현실인식이 우리와 일치하지 않거나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다. “6·25는 열강이 부추겨 우리 민족이 희생된 것”이라며 “덮어놓을 것은 덮어놓자”는 말이나 “외화를 벌기 위해 로켓을 수출한다”고 하는 말이 그것이다.

특히 김위원장이 통일시기에 대한 질문에 “그건 내가 마음먹을 탓입니다”라고 대답한 것은 그 말의 속뜻과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장단측에서 이에 대해 후속질문을 하고 더 자세한 답변을 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통일이란 남북한 어느 일방의 의사나 결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화해와 협력 그리고 공존공영의 단계를 밟아가면서 신중히 성취해야 할 민족적 과업이기 때문이다.

김위원장의 회견 내용과 자세에 대해서는 ‘북한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라는 긍정적 견해가 다수이지만 ‘남한사회에 연공(聯共)의 분위기를 만드려는 평화공세’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한 관계가 급속한 물결을 타면 탈수록 더욱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한 단계 한 단계씩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너무 서두르다 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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