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영화 ‘쉬리’의 女전사가 나의 제자였어요”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48분


“연극(Play)은 말 그대로 ‘노는 것’이지 뇌수술이 아닙니다. 연기하면서 편하게 즐겨야죠.”

제4회 과천마당극제 행사의 하나로 18일까지 열리는 ‘코메디아 델 아르테’ 워크숍을 위해 방한한 미국 보스턴대(BU) 주디스 차페교수가 8일 오전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색적인 ‘손님’은 영화 ‘쉬리’로 스타덤에 오른 김윤진. 96년 보스턴대를 졸업한 그는 재학시절 차페로부터 연기 교육을 받았었다. 배우 지망생에서 당당한 스타가 된 그가 ‘사부’의 곁을 지킨 셈이다.

김윤진은 “보스턴대 시절 배역에 맞춰 캐릭터를 개발하고 신체를 훈련시키는 코메디아 델 아르테 과정을 배운 게 연기생활에 큰 ‘보약’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즐기라’는 차페교수의 지론은 배우로 활동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좌우명”이라고 말했다.

16세기경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코메디아 델 아르테’는 가면을 쓴 연기자들이 노인 군인 연인 하인 등 정해진 배역을 연기하는 코미디. 구체적인 대사가 없이 상황만 주어진 가운데 즉흥적인 연기를 펼치는 데다 풍자성이 강해 우리 마당놀이와 비슷하다.

차페는 75년부터 94년까지 ‘보스턴 댄스 콜렉티브’에서 연출자겸 무용수로 활동한 뒤 현재 코메디아 델 아르테를 통한 신체연기와 안무 교육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김윤진은 대학시절 ‘미스 무브먼트(Miss Movement)’라고 불릴 정도로 움직임이 좋았는데 영화배우로 성공해 정말 기쁘다”면서 “만약 ‘쉬리’가 미국에서 개봉되면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워크숍을 통해 코메디아 델 아르테를 소개하는 한편 오랜 역사 속에 독특한 양식으로 발전해온 한국 마당놀이를 제대로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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