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Digital]"사면권 남용" 비판 홍준표씨 사면혜택

  • 입력 2000년 8월 3일 19시 07분


“8·15 해방 50주년을 기해 대화합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 사정(司正) 국면에서 처단된 인사들이 대거 사면됐다. 나는 이 조치를 접하면서 법률가로서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5년 전인 95년 8월31일. 당시 서울지검 검사였던 홍준표(洪準杓·46)변호사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8·15 사면을 통렬히 비판하는 글을 한 주간지에 실었다.

홍변호사는 “사면권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통령의 권한으로서 봉건주의 시대의 잔재”라고 전제하고 “따라서 현재의 사면권은 극히 제한적이고 형평에 맞게 행사돼야 하고 절대로 어느 정파의 이익을 위해 행사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소한 도둑이나 소액의 뇌물 사기 횡령죄 등을 범한 일반 국민은 중죄로 처단 받고 수억원대의 뇌물 사기 횡령죄 등을 범한 지도자 및 정치인들은 이른바 화합차원에서 사면 복권돼야 하는가”라며 사면권의 정치적 남용을 지적했다.

홍변호사의 이 글이 지금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홍변호사 자신이 이번 8·15 사면의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

96년 15대 총선에서 당선됐던 홍변호사는 선거법위반 혐의로 99년3월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지금도 “재판에 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법조인은 “95년 검사의 신분으로 썼던 글은 온 법조계의 화제였다”며 “그런 그가 5년뒤 사면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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