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광우 올 8승 '대기만성 찬가'

  • 입력 2000년 8월 3일 18시 32분


두산 이광우
두산 이광우
프로 12년차, 올해 나이 만 35세. 투수로 뛰기엔 분명 많은 나이다. 보통 투수라면 이제 ‘한물갔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나이.

하지만 이광우(두산)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힘을 낸다. 완투도 거뜬하다. 그는 2일 SK전에서 완투승으로 시즌 8승(2패)째를 따냈다. 그것도 8회까지 무실점으로 완봉을 노렸지만, 9회초 홈런 한 방을 얻어맞는 바람에 아깝게 완봉을 놓쳤던 경기.

여하튼 이광우는 이날 승리로 시즌 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6월15일 롯데전에서 진 뒤로는 패전이 없으니 ‘여름에 잘 나간다’는 말을 들을 만도 하다. 그러나 올 봄 이광우가 치른 ‘마음 고생’을 생각하면 요즘 이광우가 거둔 성적은 그 ‘보상’이라고 해도 좋다. 그는 올 시즌을 시작한 지 12경기째, 선발 7경기째 등판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잘 던지고도 중간 계투진이 점수를 지켜주지 못하거나 팀 타선이 도와주지 않아 번번이 승리를 놓쳤던 것. 화가 났을까. 5월28일 해태전에서 완봉으로 스스로 승리를 만들어냈고, 그 후엔 ‘일사천리’로 내달았다.

이런 이광우의 올해 성적은 뒤늦게 빛을 봤다는 점에서 그의 야구 인생과 비슷하다. 사실 89년 해태로 데뷔해 92년부터 OB로 옮긴 이광우의 프로 경력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한 해 1, 2승에서 7, 8승을 오가던 들쭉날쭉한 보통 투수.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의지만큼은 남달라서 98년엔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 손가락 사이를 찢는 ‘깜짝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 열성의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이광우는 지난해 개인 최다승인 9승을 올렸고, 요즘 같은 페이스라면 올해는 대망의 10승 고지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목나무에 꽃이 핀 격’이다. 프로 입문 10년이 넘어 비로소 전성기를 맞은 노장의 투혼이 아름답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