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 설립자 별세

  • 입력 2000년 8월 1일 07시 17분


한국전쟁 직후 설립돼 그동안 세계 각국 고아 수십만 명의 '마음의 고향' 역할을 해온 세계 최대 아동 입양기관 홀트의 공동 설립자 베르타 홀트 여사가 31일 미국 오리건주 주도 유진시 남쪽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향년96세.

입양아들로부터 할머니라는 다정한 이름으로 불린 홀트 여사는 지난 25일 일과로 해오던 1.6㎞의 거리를 산책한 뒤 심장발작을 일으켜 성심의료센터에서 치료받은뒤 퇴원했으나 영면했다고 홀트 국제아동복지재단의 수잔 콕스 대변인은 밝혔다.

홀트 여사는 지난 1955년 한국전쟁 이후 버려진, 미국인과 한국 여자와의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들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본 뒤 남편 해리와 함께 전쟁고아 입양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 부부는 입양사업 시작 수개월 뒤 8명의 고아들을 해외에 입양시키며 국제적 관심을 끌어 많은 사람들이 한국 어린이들을 입양하는 일에 나서도록 했다.

1956년 이들 부부가 만든 홀트 입양 프로그램은 나중에 홀트 국제아동복지회로발전했으며 세계 10개국에 설립된 홀트 산하 기관들은 지난 30년동안 5만 명의 아이들을 입양시켜왔다.

홀트 여사는 지난 1964년 남편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후 홀트를 이끌어왔으며최근 미 플로리다에서 열린 `키와니스 세계 봉사상'을 시상식에서 이 상을 수상한뒤 오리건주로 돌아왔다.

이 상의 역대 수상자들 가운데는 마더 테레사 수녀, 여배우 오드리 헵번, 로잘린 카터 여사와 낸리 레이건 여사 등이 포함돼 있다.

홀트여사는 92세 때인 지난 96년 유진시에서 열린 헤이워드 마스터스 클래식 경기에 출전, 400m 경주에서 그녀의 연령대 세계 신기록을 수립할 정도로 신체단련과식이요법에 충실했다.

매일 비타민을 복용하고 산책을 해온 홀트 여사는 당초 심장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몇 년 전부터 약한 어지럼증과 피곤증에 시달려왔으며 지난해에는 폐렴을 앓기도했다고 콕스 대변인은 전했다. .

홀트 여사의 유족으로는 입양아 8명을 포함한 14명의 자녀가 있다.

[유진 AP 연합뉴스]choib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