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세상]"소중한 가족이 있기에"…

  • 입력 2000년 7월 31일 18시 36분


프로야구 올스타전과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일주 사이클레이스)는 별 관계가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달 하순 거의 같은 때 끝난 두 대회는 적어도 내게는 잔상(殘像)이 아른거린다.

사실 올스타전은 올해도 ‘싱거운 잔치’로 끝난 것 같다. ‘같다’란 표현이 어색하기는 해도 그렇게 쓰는 편이 옳겠다. 직접 관전한 것도, 중계를 시청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렇기는 해도 한 가지는 흐뭇하게 다가온다. 오래 전의 일과 겹쳐져서 말이다. 한화 송지만의 얘기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에 뽑힌 송지만이 미스터 올스타로 선정됐고, 1차전에서 올스타전 홈런 타이기록인 세 개를 때린 것은 괜찮은 일이다. 그렇지만 정작 내게 미소를 안기는 것은 그가 세 개의 홈런을 때린 배경에는 ‘가족의 가치’도 자리했으리라 믿는 까닭이다. 그는 바로 그날 오전 첫아들의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가 경기 중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렇지만 부인의 순산과 득남은 그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앞날’을 그렸을 터이다. 그런 생각은 20년 전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날 나도 체육관에서 득남 소식을 들었다. 송지만이 신나게 홈런을 때린 것처럼 근사한 기사를 써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교통사고)에서 순산한 집사람과 아이를 생각하며 새로운 다짐을 했던 일은 생생하다.

투르 드 프랑스는 올스타전보다는 아름답게 끝났다. 세계 최고의 은륜 레이스란 말에 어울리게 치러졌다. 그래도 ‘아름답다’는 말은 역시 랜스 암스트롱의 ‘인간승리’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 출신의 그는 이미 지난해 불굴의 투지로 이 대회에서 우승해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고환암으로 한쪽 고환과 뇌의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 후 3년간의 투쟁을 이겼으니 당연했다. 올해 2년 연속 우승을 한 것이지만 그의 얘기는 결코 가벼울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의 올해 우승은 또 다른 의미가 있음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그 자신도 말했지만 바로 ‘가족’이 그에게 큰 힘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우승은 작년과 다르다. 왜냐하면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낳은 생후 3개월의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앞으로도 암과의 싸움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먼 훗날 사람들이 나의 승리를 잊을 때도 나의 가족은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고비 때마다 결승선의 가족을 그리며 고통을 이겨냈다”고도 말했다.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만드는 게 어찌 이들뿐이고 스포츠뿐이겠는가. 이산가족에게도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한다.

<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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