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4無의 증시' 허무한 추락…700∼720선 지지 기대

  • 입력 2000년 7월 24일 18시 25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인가….”

투자자들은 시장을 냉각시킬 만한 충격적인 악재가 터져나온 것도 아닌데 24일 종합주가지수가 변변한 반등 시도 없이 급락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거래소시장 및 코스닥시장은 마치 하락경쟁을 하는 것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5% 이상씩 폭락했다.

▽60일 이동평균선의 붕괴와 삼성전자 급락〓이날 증시는 개장하자마자 60일 이동평균선이 걸치는 770선이 무너졌다. 21일 소폭이지만 770선에서 반등하면서 주말장을 마감, 적어도 770선이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가 일거에 이런 기대가 무너지자 투매물량이 쏟아진 것.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770선이 붕괴되면서 하락갭이 발생, 다음 지지선을 설정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주가 급락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삼성전자의 급락. 삼성전자는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로 무려 2만7000원(7.8%)이나 떨어졌다. 외국인들이 개장직전 동시호가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대량 매도주문을 내놓았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면서 일반투자자들도 덩달아 ‘시장가 매도’주문을 내면서 장이 밀리기 시작했다는 것.

▽현재의 증시는 4무(無)상태〓증시전문가들은 현재의 증시를 △주도주가 없고 △매수주체세력이 사라지고 △신규자금이 부족하고 △정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등 이른바 ‘4무’상황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른바 최악의 국면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세진컴퓨터와 한스종금이 부도를 맞고 현대건설 워크아웃 소문이 퍼지는 등 금융 및 실물부문에 대한 위기감이 재차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경기가 정점을 지나 둔화되면서 기업실적도 나빠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감이 투자분위기를 급격히 냉각시키고 있다.

미래에셋 이병익 주식운용본부장은 “악재가 출현했다기보다는 금융불안을 해소할 만한 ‘액션플랜’이 실행되지 않고 있어 투매상황이 펼쳐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서 희망을 찾아야〓이번 폭락의 단초를 삼성전자가 제공했다면 반등의 계기도 삼성전자의 주가회복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SK투신운용 장동헌 주식운용본부장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일본 및 대만 미국의 반도체D램업체 주가가 반도체경기 과열문제가 급부상하면서 동반하락하는 추세”라며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우선적으로 안정을 되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증권 황팀장은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물량을 소폭 줄이고 있을 뿐 연기금 등 장기투자펀드는 여전히 삼성전자를 선호하고 있다”며 31만원대의 삼성전자 주가는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수준이라고 전했다.

SK증권 박용선투자정보팀장은 “일단 700∼720선에서 1차 지지선이 형성될 것 같다”며 “그러나 지수하락을 저지하기 위해선 회사채펀드 등 당초 약속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서둘러 실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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