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박종수/'주주우선 경영'이 기업 키운다

  • 입력 2000년 7월 21일 19시 07분


중국 고전 ‘채근담’에 이런 구절이 있다.

“착한 일을 하는 것은 봄날의 잔디와 같아서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라고 있으며, 착한 일을 한 후 곧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 칭송을 듣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화는 면하게 된다. 반대로 못된 짓을 하는 것은 숫돌과 같아서 잘 닳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닳고 있으며 못된 짓을 한 후 곧 다른 사람에게 들켜 벌을 받지 않더라도 이것이 복을 멀리하게 된다.”

우리는 이 말의 참뜻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평소 남을 돕고 살아온 사람이 어쩌다 곤경에 빠졌을 때 주위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주는 경우가 바로 화를 면하는 예다. 반대로 평소 자신의 이익만 탐해온 사람에게 기회가 생겼을 때 주위 사람들이 이를 막고 나서서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복을 멀리하는 예가 될 것이다.

‘주주자본주의시대’로 일컬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경영인에게 요즘 주주중시경영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회사 존립의 근간이 자본을 제공한 투자자, 즉 주주라는 원론적 인식은 차치하더라도 실리적인 차원에서도 주주중시경영은 매우 절박해졌다.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로 대변되는 시장의 평가가 나쁘면 우선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 등에서 비싼 이자를 물고 써야 한다.

반면에 주식시장 참가자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기업은 증자 등을 통해 이자가 필요 없는 자금조달이 훨씬 수월해진다. 이밖에도 주주우선경영을 해야 할 이유는 많다. 경영활동의 총체적 산물인 한 회사의 주가는 기업신인도를 좌우하는 시금석이 되는 만큼 결과적으로 기업의 매출과 이익에도 영향을 미치며, 우리사주 조합원인 종업원들의 복지와 사기 등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주식가격은 인위적으로 끌어 올려지지는 않는다. 일시적으로야 올릴 수 있지만 이내 그 한계가 드러나고 만다. 평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봄날의 잔디’를 키우듯이 경영의 무게중심을 여기에 둬야 회사에 대한 주주들의 로열티를 높일 수 있고 정상적인 주가관리도 가능해진다.

그러자면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해야 한다. 외형보다 내실을, 매출보다 이익을 우선시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경영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수시로 재무제표를 공개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주주통신문 등을 통해 숨김과 여과없이 경영현황을 알려야 한다. 경영인은 주주의 돈을 맡아 운영하는 ‘청지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경영, 이것이 주주자본주의 시대의 ‘잔디경영’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주주의 목소리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소액주주운동을 계기로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경영은 발 붙일 곳이 없어졌다. 주주의 요구와 이익에 반하는 ‘숫돌경영’으로는 시장의 외면과 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그리하여 종국에는 주주자본주의시대에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인과응보의 순리는 기업의 세계에서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주주자본주의시대를 사는 경영인에게 일깨워주는 약 400년 전 ‘채근담’의 가르침이다.

박종수(대우증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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