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외국인들이 파는 이유와 전망

  • 입력 2000년 7월 19일 14시 02분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 7일만에 순매도로 투자패턴을 바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낮 12시 20분 현재 534억원(매도1470억원 매수936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중이다.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매도강도를 높이고 있어 가뜩이나 체력이 저하된 국내증시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서 매도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보통주를 매도하는 대신 우선주를 매집할 때 일부 조짐이 감지됐었다. 그러나 전일인 18일 다시 1077억원 어치를 순매수,

투자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사인을 냈다가 19일 돌연 매도세로 돌변하는 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외국인들 왜 파나 ▼

이날 상황만 봐서는 외국인들은 반도체 업황이 상투에 진입했다는 인식으로 삼성전자를 집중 매도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날 오후 1시 10분 현재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8만여주 내달팔고있다. 삼성전자 매도규모만 약 300억원에 이른다. 창구는 주로 W.I.Carr과 메릴린치 CSFB 등이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내다파는 이유는 또 전일 메릴린치증권이 반도체산업 관련 보고서에서 관련 주식의 비중축소를 권고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메릴린치의 이런 보고서로 전일 미국증시에서 인텔 주가가 4% 이상 폭락하는 등 반도체 종목들이 고전을 면치못하는 상황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파는 근본적인 이유는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국제뮤추얼펀드에 유입되는 신규 투자자금이 감소하는 때문이다.

지난 6월 한달동안 아시아·태평양펀드 등 국제뮤추얼펀드에 유입된 신규 자금은 거의 2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같은 유동성 증가를 바탕으로 최근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한국증시를 대표하는 핵심 블루칩들을 매수했다. 그러나 이달에는 환매가 일면서 약 5억달러 마이너스를 보이는 등 자금유입이 주춤해지고 있다. 따라서 신규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대규모 매수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는 지난 10일 발표한 '아시아 투자전력 보고서'에서 한국주시의 투자비중을 기존 11.3%에서 9.3%로 하향 조정하는 등 국제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데 한몫했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외환위기도 외국인들을 관망세로 반전시킨 주요 이유다.동남아의 외환위기는 우리 총 수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동남아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게 됨에 따라 국내증시의 자본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는 연초 대비 30% 이상 절하되면서 태국 바트화와 필리핀 페소화의 동반 폭락을 초래,동남아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이 지난 17일 정책집행이사회에서 '제로금리정책' 유지를 결정한 것도 외국인, 특히 미국계 투자자들의 주식매도를 부추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불과 2주전까지 달러당 104∼105엔대에서 움직이던 엔·달러환율이 일본은행의 금리동결 결정으로 달러당 108엔대 후반으로 치솟음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 일제히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불안한 주식을 들고 있기 보다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달러화를 매입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ECB(유럽중앙은행)이 유로존 기본 금리인 조달금리를 동결할 것이 유력시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ECB가 금리를 유지할 경우 유로대비 달러화 가치가 상승, 주식투자 메리트가 줄어든 때문이다.

이밖에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유려감도 이번 주식매도로 표현한 것으로 추측된다.

▼외국인의 국내증시 비중 변화 ▼

거래소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커져 전체 싯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외국인의 비중확대는 시장의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기관투자가들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비중축소로 돌아서면 시장에 물량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된 지난 92년 이후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졌다. 특히 외환위기 여파로 증시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외국인 보유 싯사총액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던 지난 98년 9∼11월 사이에도 이들의 보유비중 자체는 13.68%에서 12.62%로 1.06%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었다. 이는 국내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비중 증감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외국인들이 보여준 투자의 두드러진 특징은 주식보유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작년 12월말 21.9% 수준이던 보유비중이 지난달말 현재 29.31%로 급증한 것이다.

▼ 전망 ▼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도 대량으로 신규매도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동시에 순매도세를 유지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에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국내증시가 조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내증시를 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에 근본적인 변화가 온 것은 아니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빛증권 조상호 기업부장은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활발한 매수로 지분율이 57%가지 치솟았다"면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지분율이 55%를 넘어서면 예의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이날 데일리에서 △미국 나스닥지수가 4,000선을 회복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동남아시아 국가의 환율불안이 경우에 따라선 한국에 반사이익이 될 수 있는데다 △종합주가지수 800대는 외국인에게 메리트가 있는 지수대라며 외국인 매도는 일시적이며 매수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전망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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