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기진/수긍못할 음주운전 단속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39분


음주운전은 자신뿐만 아니라 무고한 타인의 생명과 가정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 공감대는 무리하고 불합리한 단속까지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결코 아닐 것이다. 이는 본보가 8일자에서 음주 단속의 문제점을 보도한 뒤 기자에게 쏟아진 시민들의 전화와 E메일 등이 증명한다.

“1차 측정에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03%가 나와 재측정을 요구했더니 단속 경찰관이 측정기에 입을 대고 불어 본 뒤 ‘측정기에는 문제가 없다’며 무작정 날인을 요구하더라고요.”

운전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는 한 독자(dsnoh)는 “1차 측정에서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돼 재측정을 요구했더니 경찰관이 ‘한 번만 측정하게 돼 있다’고 우겼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행위는 분명한 범법 행위지만 적발된 시민 가운데는 경찰의 측정치를 수긍하려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술 마신 사람들의 흔한 행태일 수도 있으나 상당 부분은 경찰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찰청은 음주 단속 때 경찰관이 반드시 지켜야 할 ‘주취(酒醉)운전 단속 지침’ 18가지를 정해 놓았다. 이에 따르면 ‘음주 후 20분이 지난 뒤’ 측정하고 1차 측정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2, 3차라도 실시해 시비를 없애도록 하고 있다.

경찰이 이런 지침을 만든 것은 음주운전자에게 면허정지나 취소, 심지어는 구속으로까지 이어질 만큼 그 처벌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6월말까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사람은 모두 12만여명. 이들의 상당수는 억울하다며 소송을 준비중인 사람도 적지 않다.

경찰은 본보의 음주 단속 문제점 보도 이후 시민단체를 단속 현장에 참관시키는 등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속 당한 사람 스스로가 승복할 수 있도록 경찰관들이 올바른 단속 자세를 갖는 것이 아닐까.

<이기진기자=지방취재팀>doyoce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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